호수 2489호 2018.05.20 
글쓴이 신진수 신부 

성령,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 (요한 20,19∼23)
 

신진수 신부
 

  신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본당 후배와 청년 두 명과 함께 지리산을 등반했다. 천왕봉을 넘어 뱀사골로 해서 남원으로 넘어가는데 3박 4일 걸렸다. 비 올 것을 대비해서 장비를 단단히 준비하고 산을 올랐다. 셋째 날 노고단을 눈앞에 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발밑에서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운해를 보았다. 그날 날씨가 흐려 잔뜩 운무가 끼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운무가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덮쳐왔다. 바람이 눈에 보인다면 이렇듯 일렁이는 운무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운무 덕분에 어렴풋이나마 불고 싶은 대로 부는 바람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오늘은 교회의 생일이자 성령께서 내려오심을 기념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이다.
  성령을 변화무쌍한 바람에 비유하곤 한다. 불고 싶은 대로 부는 바람처럼 성령께서도 원하시는 대로 역사하신다. 성령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을 가둬놓을 수 없는 것처럼 그 누구도 인간의 생각과 언어로 성령을 규정지을 수 없다.
  바람과 같이 성령은 스스로 변화무쌍하며 다른 피조물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복음에는“다른 죄는 다 용서받아도 성령을 거스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마태 12,32 참조)고 말한다. 성령을 거스르는 죄란 자신이 전혀 변화될 수 없다고 여기는 것, 하느님조차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보다 내가 더 위대하다는 교만과 나는 결코 변화될 수 없다는 절망이다. 하지만 성령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바람과 같이 불어 모든 피조물을 변화시키실 수 있다. 성령께서는 당신의 뜻에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우리에게 7가지 은사를 베풀어 주셨다. 흔히“성령칠은”이라고 부르는 슬기, 통달, 의견, 지식, 용기, 효경, 경외심이다. 우리는 이 선물을 이용하여 합당한 결실을 맺어야 한다. 성령의 12가지 열매라고 부르는 이것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온유, 관용, 진실, 정숙, 절제, 순결이다. 한 성령을 받아 마심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가 성령의 열매를 탐스럽게 맺어 다른 이에게 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오소서 성령님, 주님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리소서.”

호수 제목 글쓴이
1288호 2012.11.18  하느님의 사람 김상호 신부 
1963호 2008.11.02  화무십일홍 정승환 신부 
1964호 2008.11.09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이윤벽 신부 
1965호 2008.11.16  이자(利子)를 드리자 오창근 신부 
1966호 2008.11.23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사람 조동성 신부 
1967호 2008.11.30  어서 빨리 오소서, 주님!(MARANATHA!) 경훈모 신부 
1968호 2008.12.07  고독 속에서 외치는 우렁찬 소리 윤명기 신부 
1969호 2008.12.14  자선과 겸손 김성한 신부 
1970호 2008.12.21  동정녀 잉태 이민 신부 
1971호 2008.12.25  삶의 안내자 예수님 황철수 주교 
1972호 2008.12.28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손원모 신부 
1974호 2009.01.04  주님 공현 대축일 김정욱 신부 
1975호 2009.01.11  주님 세례 축일 방삼민 신부 
1976호 2009.01.18  와서 보아라! 이수락 신부 
1977호 2009.01.25  '삶의 자리'에서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 김효경 신부 
1978호 2009.02.01  진정한 권위 박만춘 신부 
1979호 2009.02.08  예수님의 선교 사명 박명제 신부 
1980호 2009.02.15  참된 치유 윤희동 신부 
1981호 2009.02.22  얘야,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마르 2, 6) 장세명 신부 
1982호 2009.03.01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우종선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