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움
이민 미카엘 신부 / 서면성당 주임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이다. 주님 세례 축일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이제 본격적으로 공생활을 시작하셨음을 알리는 날이다. 예수께서 받으신 세례는 죄사함을 받기 위한 세례가 아니라 당신의 강한 체험과 결단을 드러내신 사건이다. 그 강한 체험과 결단이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깨닫고 오로지 그 뜻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바로 ‘의로움’을 이루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의로움’이란 하느님의 뜻을 이룩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을 이루고자 하시는 분이기에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하는 아들이 되는 것이고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아들이 되는 것이다.
묵상해 보면 예수님 당신의 언행 그 자체가 우리에게 복음이 된다. 하느님의 뜻을 이룩하는 것, 의로움을 이루고자 하는 것 그 자체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구원의 길을 보여 주시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속에 욕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욕망은 인간의 고유한 생존 방식 중 하나이며 그 욕망을 실현하려고 함으로써 자기의 존재 가치를 느낀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인간에게 있어 욕망이란 바로 타인과 같이 되는 것이다. 타인과 같이 됨으로써 자기 존재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욕망의 기준은 항상 ‘타인’인 것이다. 좋은 아파트를 갖고 싶은 것은 남이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싶은 것이다. 한편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경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 경쟁이다. 그러나 인간은 욕망에 의한 경쟁을 한다. 그래서 그 치열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경쟁적이다. 한국의 대학 입시를 상상해 보라. 결국 인간 삶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바로 여기에서 파생된다. 모든 환경과 여건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힘들고 괴롭다.
결국 인간의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환경과 여건이 최첨단 시설로 바뀐다 해도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은 그 본성상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욕망대로 따라가는 것도 문제이다. 바로 여기에서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을 생각하고 그 뜻을 추구했던 예수님을 생각해 본다. 잘 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라 하더라도 동시에 구원의 길로 가는 하느님의 뜻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하느님의 의로움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