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권위

가톨릭부산 2018.01.24 10:51 조회 수 : 132

호수 2473호 2018.01.28 
글쓴이 김정렬 신부 

새로운 권위

김정렬 신부 / 관리국장

  해외 원조 주일이기도 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회당에서 더러운 영이 든 이를 꾸짖어 쫓아내자 군중들은‘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마르 1,27)이라며 놀라게 된다. 예수님시대 각종 질병, 특히 뇌질환은 더러운 영이 사람을 타락시켰기 때문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하느님 권능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더러운 영의 제압을 눈으로 확인한 그들은 깜짝 놀랐고 새로운 권위로 예수님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권위(權威)의 사전적 의미는‘다른 사람을 통솔하여 이끄는 힘’인 반면 권위적(權威的)이라는 단어는‘지위나 권력을 내세우며 상대를 억압하는 행위’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권위를 권위적인 것으로 오해하여 권위마저 부정하고 있지 않나 반성하게 된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의 권위적 행태를 질책하셨는데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다녔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는 윗자리를 좋아한다고 꾸짖으셨다.(루카 20, 46 참조) 율법학자라면 의당 율법과 전통규범을 제대로 알고 가르치는 일이 직무의 본질이겠지만 그들은 외적인 화려함과 가르치는 직분을 통해 백성들 위에서 군림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더 컸던 것 같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예수님이 가진 그 권위를 배우고 실천하기를 원하지만 자신을 낮추고 기득권을 포기하며 남을 섬기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은 것 같다. 베트남의 지도자 호치민은 국민들이‘호 아저씨’라 부르며 존경했는데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권력을 통해 어떤 부귀영화도 누리지 않았고 죽을 때 책 이외에 몇 벌의 옷, 폐타이어를 잘라 만든 신발 등이 전부였다고 한다. 화려한 복장, 인사 받기, 높은 자리, 윗자리는 자신의 교만만 드러날 뿐 지도자의 권위가 아님을 알았기에 그는 권력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지 않았고 국민들은 그 모습을 존경했던 것 같다.
  오늘날 우리는 지위의 높음과 소유의 많음이 성공이요 권위의 척도인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권위적인 것일 뿐 하느님의 가치 기준은 아니다. 예수님은 비록 가진 것이 적어도 그것을 나눌 수 있고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닌 남을 섬기는 것이 더 큰 덕임을 말씀하셨고 보여주셨다. 예수님이 사셨던 섬김과 낮춤의 겸손이 오늘 우리가 따라야 할 권위의 참모습 아닐까 싶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04호 2024. 3. 17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file 김명선 신부 
2803호 2024. 3. 10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file 심원택 신부 
2802호 2024. 3. 3  “성전을 허물어라.” file 김경욱 신부 
2801호 2024. 2. 25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file 이성주 신부 
2800호 2024. 2. 18  광야와 인생 file 김무웅 신부 
2799호 2024. 2. 11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file 박명제 신부 
2798호 2024. 2. 10  주인이 종의 시중을 드는 이유 이장환 신부 
2797호 2024. 2. 4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file 이장환 신부 
2796호 2024. 1. 28.  사랑의 권위 file 백성환 신부 
2795호 2024. 1. 21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file 박경빈 신부 
2794호 2024. 1. 14  “와서 보아라.” file 우종선 신부 
2793호 2024. 1. 7  잠 못 이루는 예루살렘 file 장세명 신부 
2792호 2024. 1. 1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수락 신부 
2791호 2023. 12. 31  아름다운 가정 file 이수락 신부 
2790호 2023. 12. 25  가장 외로운 때에 가장 어둡고 힘든 그곳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신호철 주교 
2789호 2023. 12. 24  두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님에게서 찾습니다. file 김정욱 신부 
2788호 2023. 12. 17  당신은 누구십니까? file 오창근 신부 
2787호 2023. 12. 10  기다리는 마음 자세와 태도 file 최성철 신부 
2786호 2023. 12. 3  대림 - 기다림과 희망 file 손원모 신부 
2785호 2023. 11. 26  우리들의 통치자 file 이민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