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68호 2017.12.31 
글쓴이 차성현 신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가정 성화 주간)

차성현 신부 / 대천성당 주임

‘마리아와 요셉에게 순종하시며 가정생활을 거룩하게 하신 예수님...천상 가정에 들게 하소서’
  이번 한 달 우리 대천 본당 공동체는 매일 미사 전 이 기도를 바치며, 우리 모든 가정이 성가정을 본받아 주님의 뜻을 따라 살 수 있는 은총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오손도손, 그렇게 겉으로는 별 문제 없이 살아가는 우리 모든 가정 안에도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로하시거나 혹은 병원에 계신 부모 문제, 자녀 문제,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부부 사이의 불화로 힘들고 어렵게 지내는 가정이 생각보다 참 많습니다.
  아마도 현대사회는 지금껏 우리가 지켜왔던 가정의 가치들을 더 빠르게 변화시켜 나갈 것만 같습니다. 그러기에 올해 들어 주님께 바치는 가정 기도가 더더욱 절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해서 우리들은 신앙을 가지고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며, 어느 모녀의 얘기를 들려드리면서, 우리 모든 가정이 나자렛 성가정의 은총을 나누어 받기를 소망해 봅니다.
  제가 이 본당에 소임으로 와서 이 어머니에게 세례를 드린 것은 그 딸을 만나고 한 6개월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그 딸은 수년간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에게 조금씩 조금씩 교리를 가르치면서 기회가 되면 세례를 청할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준비는 늘 되어있었지만 정작 본당신부에게 얘기를 못 하고 있었던 이유는,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하여 평생을 원망과 미움 속에 살아 왔던 터라, 그런 어머니에게 세례의 은총이 주어지는 것을 그 딸은 도무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입니다. 딸의 마지막 소망은 살아생전 어머니로부터‘미안하다’라는 그 말 한마디 듣고 싶은 것뿐이었고, 그렇게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나면, 자기도 어머니에게 딸로서 한 번이라도‘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이 전부였는데, 그것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이별의 시간은 조금씩 다가왔고 마침내 세례를 받은 어머니에게 그 딸이 먼저‘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한 후 어머니한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저한테‘미안하다’라는 말 한 번만 해주세요”
  그렇게 첫 영성체를 하신 어머니는 다음 두 번째 성체 맛을 보지 못하고 일주일 만에 하느님께로 돌아갔습니다. 한 주간, 세상에서의 짧은 성가정이었지만, 딸의 다음과 같은 고백으로 그 모녀는 성가정의 은총을 영원히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 때‘엄마 사랑해요’라는 말 하지 못했으면, 죽을 때까지 후회하며 살았을 뻔 했습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04호 2024. 3. 17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file 김명선 신부 
2803호 2024. 3. 10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file 심원택 신부 
2802호 2024. 3. 3  “성전을 허물어라.” file 김경욱 신부 
2801호 2024. 2. 25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file 이성주 신부 
2800호 2024. 2. 18  광야와 인생 file 김무웅 신부 
2799호 2024. 2. 11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file 박명제 신부 
2798호 2024. 2. 10  주인이 종의 시중을 드는 이유 이장환 신부 
2797호 2024. 2. 4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file 이장환 신부 
2796호 2024. 1. 28.  사랑의 권위 file 백성환 신부 
2795호 2024. 1. 21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file 박경빈 신부 
2794호 2024. 1. 14  “와서 보아라.” file 우종선 신부 
2793호 2024. 1. 7  잠 못 이루는 예루살렘 file 장세명 신부 
2792호 2024. 1. 1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수락 신부 
2791호 2023. 12. 31  아름다운 가정 file 이수락 신부 
2790호 2023. 12. 25  가장 외로운 때에 가장 어둡고 힘든 그곳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신호철 주교 
2789호 2023. 12. 24  두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님에게서 찾습니다. file 김정욱 신부 
2788호 2023. 12. 17  당신은 누구십니까? file 오창근 신부 
2787호 2023. 12. 10  기다리는 마음 자세와 태도 file 최성철 신부 
2786호 2023. 12. 3  대림 - 기다림과 희망 file 손원모 신부 
2785호 2023. 11. 26  우리들의 통치자 file 이민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