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기름

가톨릭부산 2017.11.08 10:14 조회 수 : 129

호수 2460호 2017.11.12 
글쓴이 윤정환 신부 

구원의 기름

윤정환 신부 / 전하성당 주임

  오늘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하는 열 처녀의 비유는 구원과 심판의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니 깨어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하지만 이 비유에는 몇 가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는 장면이 들어 있지요.
  먼저 신랑을 맞을 기름을 준비하지 않아 결국 혼인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 다섯 처녀들이 상식 밖의 모습을 보이지요. 하필이면 신랑이 밤에 올 게 뭐랍니까. 낮에 왔으면 등불을 켤 기름은 필요도 없었을 것을. 그래도 기름만 준비했더라면 괜찮았을 텐데요.
  또한 신랑을 만난 다섯 처녀들도 그래요. 기름을 나눠 쓰면 될 것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자기들만 들어가지요. 게다가 신랑은 늦게라도 기름을 마련해온 처녀들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래서 결국 문은 굳게 닫히고 맙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닙니다.
  복음의 말씀은 지극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요. 혼인 잔치는 곧 구원의 잔치입니다. 그리고 기름만 준비한다면 구원될 것이라며, 구원받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말하지요.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지 다른 이가 대신해줄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런 기름을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구할까요?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다른 혼인 잔치의 비유에서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잔치에서 쫓겨난다고 하였지요.(마태 22,12 참조) 결국 잔치 예복이나 기름은 같은 것이지요. 사도 바오로가 말하는 대로“예수님께서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셨음을 우리는 믿습니다.”(1테살 4,14) 바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며, 구원의 희망인 것이지요.
  지혜는 바래지 않고 늘 빛이 나서 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쉽게 알아보고 그를 찾는 이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고할 필요도 없이 자기 집 문간에 앉아 있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고 합니다.(지혜 6,12∼14 참조)
  그만큼 구원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또한 우리는 이미 구원의 문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는 것을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은 깨어 기다리는 믿음이 없이는 쉽게 들어갈 수 없는‘좁은 문’인 것이지요. 
호수 제목 글쓴이
2809호 2024. 4. 21  착한 목자의 삶 updatefile 박상운 신부 
2808호 2024. 4. 14  예수님, 감사합니다! 장재봉 신부 
2807호 2024. 4. 7  질문하는 사람, 토마스 file 홍경완 신부 
2806호 2024. 3. 31  빈 무덤 -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보는 곳 file 신호철 주교 
2805호 2024. 3. 24  마음 안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웁시다. file 한건 신부 
2804호 2024. 3. 17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file 김명선 신부 
2803호 2024. 3. 10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file 심원택 신부 
2802호 2024. 3. 3  “성전을 허물어라.” file 김경욱 신부 
2801호 2024. 2. 25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file 이성주 신부 
2800호 2024. 2. 18  광야와 인생 file 김무웅 신부 
2799호 2024. 2. 11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file 박명제 신부 
2798호 2024. 2. 10  주인이 종의 시중을 드는 이유 이장환 신부 
2797호 2024. 2. 4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file 이장환 신부 
2796호 2024. 1. 28.  사랑의 권위 file 백성환 신부 
2795호 2024. 1. 21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file 박경빈 신부 
2794호 2024. 1. 14  “와서 보아라.” file 우종선 신부 
2793호 2024. 1. 7  잠 못 이루는 예루살렘 file 장세명 신부 
2792호 2024. 1. 1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수락 신부 
2791호 2023. 12. 31  아름다운 가정 file 이수락 신부 
2790호 2023. 12. 25  가장 외로운 때에 가장 어둡고 힘든 그곳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신호철 주교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