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한 시간을 두고 코로나 긴 사막을 건너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이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물러서서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걸어온 길을 바라보게 됩니다. 더불어 우리를 살게 만들었던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만 머물러 있고, 스스로 걸어왔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돌아보면 그저 머물러 있던 시간은 아닌지를 바라보게 됩니다. 가르고 닫혀 있는 세상 안에서 우리 또한 다르지 않았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금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아니 우리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넵니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교회는 오랫동안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를 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의 신원을 답해왔습니다. 과거의 시간과 먼 훗날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고 이야기 나누고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는 것은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파견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내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저 발코니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손으로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을 세상 안에서 드러내고, 더 이상 복음을 읽지 않으려고 하는 세상 안에서 그들이 마주할 수 있는 또 다른 복음이 되려는 사람들임을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확인시켜 줍니다.
우리는 우리의 손을 통해 닫혀 있는 것을 여는 사람들이며, 평화를 빌어주는 사람이며,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람들이며, 주님의 이름으로 곳곳에 서려있는 그분의 뜻과 반대되는 영을 그분의 뜻으로 바로잡고 질서지우는 사람들이고, 그분의 뜻으로 살아감에 기뻐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여정의 길을 떠날 때에 그분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를 맡기셨고, 또한 그 힘과 권한을 주셨습니다. 우리를 멈춰 서게 하고, 우리를 낙담하게 하고 두려워하게 하는 것을 거슬러 걸어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자 합니다.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에서 사는 우리들이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으로 우리를 보내신 분의 뜻을 드러내고, 머물러 있지 않으며, 파견된 사람으로 세상 안에서 가난하고 소박하지만 작은 우리의 손을 통해 그분이 드러나며 기뻐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