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루카 복음의 말씀은 빈 무덤을 발견한 직후에 여인들과 제자들이 어떠하였는지를 들려줍니다. 주님의 부활을 직면하자 여인들은 당황하였고 제자들은 여인들이 전하는 말을 헛소리라고 여겼습니다. 부활을 믿기는 쉽지 않습니다. 죽을 운명에 놓인 인간의 눈과 귀로는 부활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천사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천사는 주님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하여 예언하신 것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바로 이 천사의 말이 빈 무덤을 이해하게 하는 결정적이고 근원적인 열쇠입니다. 다소 책망하듯 천사가 묻습니다. “어찌하여 살아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ㄴ)
살아 계신 분을 산 이들 가운데서 찾을 방법 그래서 부활을 믿을 방법은 무엇입니까? 바로 이어서 천사가 그 방법을 일러줍니다. “그분께서 너희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 기억해 보아라.”(루카 24,6ㄷ) 주님의 부활을 알아보는 방법은 기억이고, 그 기억의 내용은 주님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하여 하신 예언의 말씀입니다.
천사가 한 말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갑자기 행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주님께서 말씀하셨고, 그 말씀이 우리 안에 있으니 그것을 기억해 내라는 것입니다. 부활의 신비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새로운 것으로서 갑자기 소나기처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말씀으로 현존하고 있지만 우리가 평소에 놓치고 외면하기 쉬운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이미 우리 안에 말씀으로 들어오시어 성령으로 현존하고 계십니다.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거행하는 이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 말씀과 성체의 형상으로 들어오시어 성령으로 현존하십니다. 주님의 부활은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오직, 부활하신 주님을 우리 마음 안에서 기억해 내는 것, 이것뿐입니다. 주님께서는 부활하여 우리 안에 현존하고 계시니, 우리는 그분을 기억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은 전능하신 주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입니다. 우리 안에 계신 말씀은 사람이 되시어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분이십니다. 말씀을 모르고 외면하는 세상은 죽음의 세력이 지배합니다. 나라와 민족은 서로 갈라져 적이 되었으며, 상대에게 죽임을 당할까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목적으로 먼저 남을 죽이려 합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납니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말씀을 품고 사는 그리스도인은 주님께 의지하고 말씀께서 명하시는 것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부활하신 말씀의 권능으로 그리스도인은 죽음의 독침인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고, 죽이려 달려드는 원수를 사랑으로 삼켜버림으로써 죽음과의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교우 여러분,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 승리하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