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가십니다. 곧 맞이하게 될 수난과 죽음의 잔을 한 손에 쥐고 수많은 인내의 십자가를 엮어 아버지 하느님과 함께, 성령의 갑옷을 두르시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십니다.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와 겉옷을 길 위에 깔아,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라 환호하며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수도 아니요, 세상의 임금도 아닌 그분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니 예루살렘은 그야말로 놀라 당혹해합니다. 어떤 이는 구경하고, 어떤 이는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의 눈치를 보며, 어떤 이는 이내 성경과 율법을 뒤적거리고, 누군가는 군중들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하늘을 향해 옷을 찢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이들에게,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루카 19,40)라고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은 그렇게 자신들의 메시아를 맞이하며 예수님을 찬양했지만 곧이어 예수님을 모함해 고난과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입성과 함께 하느님 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사꾼과 환전꾼들을 쫓아내셨고, 율법주의와 권위주의로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예루살렘은 이렇게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외면한 채 부와 권력을 좇아 거듭되는 전쟁과 증오로 오늘도 평화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담대히 예루살렘의 거짓된 신앙을 고발하시며, 우리의 교만과 아집, 고집을 무너뜨리려 십자가를 지고 예루살렘으로 가십니다.
이제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낡고 부패한, 평화가 없는 예루살렘을 넘어섭시다.
다른 이들을 존중하지 않고 반대하고 서 있는, 하느님의 길에 들어서지 못하게 막고 서 있는, 교만과 아집, 욕심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예루살렘을 넘어섭시다. 편견과 비판, 증오와 질투, 무관심과 어리석음의 예루살렘을 넘어 새 예루살렘인 하느님 나라로 나아갑시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버리고 예수님께서 지라고 하신 겸손의 십자가를 지고서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에 온전히 참여해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부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