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12명의 제자들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로 세우신 다음, 가난한 사람들, 굶주리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 미움과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선언하십니다. 사도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러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하느님을 믿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예수 그리스도를 닮으려 애쓰는 사람들은 스스로 가난하게 되기도 하고, 굶주리게 되기도 하며, 울게 되기도 하고, 미움과 박해를 받기도 합니다.
좀 더 많이 먹고 싶은 욕구, 좀 더 많이 소유하고 싶은 욕구, 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욕구들에서 몸을 돌려 가난한 사람들, 굶주리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 미움과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되려고 할 때, 우리는 거기서 예수님을 발견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셨고, 그 사람들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또 다른 모습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 선언의 배후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당히 앉아 계십니다.(마태 5,1 참조)
그 길은 그리 쉬운 길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길도 아닙니다. ‘험하고 먼 길(hodos) 주님 함께(syn) 가며 생명의 친구’(『가톨릭성가』 400번 ‘주님과 나는’ 3절)가 되는 여정입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함께’ 그 길을 걸어가 주십니다. 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한가운데에서도 우리와 함께 견뎌내시고, 우리와 함께 이겨내시며, 머지않은 훗날 우리와 함께 기뻐 춤추실 하느님이십니다.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으니, ‘거들 짝’을 지어주신 하느님, 당신과 ‘함께’ 있게 하시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권한을 주시려고 제자들 가운데 열두 사람을 부르시고 사도로 세우시고 사람이 되신 하느님, 승천하신 후 한자리에 ‘함께’ 모여 있던 사도들에게 내리셨던 성령 하느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함께’하는 삶을 마련하시고, 그 삶에로 초대하시며, 그 삶을 거룩하게 하십니다. 정녕 하느님과 ‘함께’ 그 길을 가는 이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