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시대나 지금이나 사람을 규정하고 얽매는 규정들은 많습니다. 오늘 율법 학자는 첫째가는 계명은 어느 것이냐고 묻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한 분이신 하느님에 대한 사랑입니다. 구약에서 우리가 더 자주 만나는 것은 사랑보다는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많은 구절이 두려운 하느님을 말하고 인간이 하느님을 섬겨야 한다는 표현도 많습니다. 하느님은 절대 군주이고 피조물인 인간은 하느님의 노예와 같이 표현된 부분도 많습니다.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 인간은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함이 강조됩니다.
신명기에 와서 하느님의 사랑이 이야기됩니다. 모세오경 중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사랑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십계명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하느님의 이름은 존중되어야 하며, 안식일을 지켜야 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결론이 오늘 복음에서는 인간의 모든 의무를 한가지로 요약합니다. 제한 없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 그것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두려움, 존경, 섬김, 율법, 우월감과는 다릅니다.
흔히 사랑에 빠진다고 합니다. 빠진다는 것은 뭘 하는 게 아니라 사랑 그 자체에서 숨 쉬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랑의 속성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숨 쉬고, 하느님과 함께 생각하며, 하느님과 함께 행동하는 하느님의 진정한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본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과의 사랑에 빠지게 되면 우리에겐 하느님의 눈이 열려 모든 것을 하느님처럼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의 눈으로 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자연을,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됩니다. 이렇게 사랑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기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됩시다. 그러려면 그 출발은 기도입니다. 기도를 해야 ‘아!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는구나.’하고 느낄 수 있고 나의 사랑을 하느님께 드릴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