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에 시작된 정보혁명은 일상과 세계에 거대한 변혁을 일으켜 왔습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주도하는 이 혁명은 신앙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신앙정보의 폭증을 불러와 종교심성보다는 종교이론에로, 체험과 감동보다는 논리와 깨달음에로 ‘신앙의 무게추’가 기울고 있습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신앙지식의 총량은 늘어났지만 그 실천은 도리어 줄었습니다. 또한 정보혁명의 수단인 전자매체의 즉각성, 직결성, 즉흥성, 용이성 등에 익숙해지면서, 개인의 필요에 따른 종교의 선택과 포기도 신속하게 직결적으로 편리하게 이뤄집니다. 그래서 종교의 빠른 소비주의를 부추겨 ‘신앙의 수명’이 단축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보혁명 시대에 맞이하는 ‘전교 주일’은 의례적인 연중행사로 다가옵니다. 전교 활동은 신심 깊은 열혈 그리스도인이 하는 것이지, 자신처럼 평범한 신앙인과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합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에게 가두선교의 실효성이 ‘과거형’으로 의심받는다 해서 전교 자체를 방기한 건 아닌데도, ‘가두선교 중단’이 ‘전교 중단’과 동일어가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에게서 복음을 선물로 받았으며, 예수님께서는 이 선물을 온 세상에 가서 나눠주라고 하십니다.(마태 28,19-20 참조) 왜냐하면 복음을 통해서만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내밀한 소망인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교를 힘들고 부담스런 일로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정보혁명 시대와 부합하는 즉각적이고 직결적이며 즉흥적이고 편리한 전교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동석하든, 식사 때마다 ‘식사전후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각종 모임에서, 천천히 정성스럽게 ‘식사전후기도’를 합니다. 그러면 자신에겐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신원을 일깨워주며, 동석자에겐 가톨릭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킵니다. 이렇게 식사 직전에 기도를 하면, 식사 중에 신앙에 관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처럼 손쉽고 간단하고 작은 실천마저도 주위의 눈치를 살피면서 부끄러워하시나요? 그렇다면 훗날 주님께서도 당신을 부끄러워하시면서 당신을 모른다고 하시겠지요.(마태 10,32-33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