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1학년 어린이가 미사에 안 나오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바빠서요.” 합니다. 아, 벌써부터 바빠서 어쩌나, 안쓰러웠습니다. 하루는 동네에서 구두를 닦고 값을 치르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시는 분이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할까, 싶었습니다.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평생 일만 하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자신은 돌보지 않고, 자녀들, 가족들 부양하며 일생을 사신 겁니다. 이제 겨우 한시름 놓는 거지만, 온몸에 고생 자국이 역력합니다. 어르신들이 힘든 몸을 이끌고 주님 앞에 오셔서, 기도손하며 미사 참례하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사도들은 복음 선포 활동을 하고 돌아와 주님께 말씀드리는 중입니다. 고초도 겪고 시련도 당하며,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제자들에게 일 잘했다고 칭찬하실 만도 한데, 예수님은 다만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고 하십니다. 대견해하시면서도, 그들의 고단함과 피로를 먼저 알아보신 겁니다. 복음 선포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딪혀야 하고 부대껴야 하며 때론 반대 받는 표적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자신을 황무지의 밑거름으로 내어놓아야 합니다. 제자들은 주님 안에 머무는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외딴곳으로 인도하시며 쉬게 하십니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주님과 함께 있으면 새로워진다는 것을 이번에도 알았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 몰려든 군중을 바라보시며,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 “목자 없는 양들”처럼 근심걱정에 찌들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신 겁니다. 바쁘게 일하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피폐하기만 한 이들을 보시며 마음이 아프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습니다.”(마르 6,34ㄷ) 예수님은 복음 말씀으로 이들을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죄의 찌꺼기를, 가정과 사회 안에 만연한 어둠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사라지게 하셨습니다. 그분 곁에 머물러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우리들 역시 그분 안에 쉬며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