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순 시기는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이례적이고 특별하다. 걱정, 불안, 두려움이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거리를 두고 보게 한다. 그리고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깊이 성찰하게 해준다. 우리 신앙은 끊임없이 이 삶에 대한 믿음, 희망, 사랑의 삶으로 초대이다. ‘너는 지금 이 삶에 대한 어떤 믿음으로 사는가? 그 믿음이 너를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희망의 삶으로, 고갈되지 않는 사랑의 에너지로 살아가게 하는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고 응답을 요구한다.
믿음이란? 내가 지금 이 삶을 보게 하고, 듣게 하고, 대하며 살게 하는 것이다. 나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 하느님이 내 삶에서 살아 숨 쉬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믿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가? 어떤 마음을 지니신 분이신가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2,000년 전 예수의 삶과 믿음, 가르침 안에서 참된 하느님의 모습을 보았다고 고백하는 신앙이다. 따라서 교회는 적어도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 배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셈이다.
2,000년 전, 십자가 아래에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외쳤다.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 와보라, 그러면 우리가 믿을 터인데, 하느님이 네가 마음에 드시면 지금 구해 보시라지.” 그들에게 하느님은 자신들의 기대나 삶에 장단을 맞추어 주는 해결사 같은 분이어야 했다. 그들은 하느님이 함께하심을 믿는다면서 하느님의 입장, 심정이 되어서 헤아려 보지 않고 하느님의 부재를 외친 사람들이었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에서 하느님을 밀쳐내고 죽인 것이다. 그들은 참된 믿음이 없는 구경꾼에 불과했다. 오늘날 십자가 아래 모인 우리는 어떤가?
사순 시기의 절정인 성주간은 우리 믿는 이들을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닌 함께하시는 하느님이 우리 삶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부활의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로 응답의 삶을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