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69호 2019.11.17 
글쓴이 박용조 신부 

“내 인생인데, 딴 데 가면 불편하다.”
 

박용조 신부 / 옥동성당 주임
 

   “가난 속에서도 돈이 최고가 아니다.” 지난 10월 29일 92세의 일기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고(故) 강한옥 데레사 님께서 아들 문 대통령께 하셨던 말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소위 자수성가했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하는 말로써 별로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6·25 전·후 격동기, 거리 행상과 연탄 배달을 하던 처지의 삶은 당시로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양만 달랐을 뿐이지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른바 “그땐 그랬습니다.” 그래서 가난이 흉도 자랑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때에는 사람 사는 정이라도 있어 조금 불편했지만 나름 행복했었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성당이랑 동네 천지가 다 아는 사람이고, 내 인생인데, 딴 데 가면 불편하다.”고 하시면서, 그저 우리네 어머니처럼 지내시다가 메리놀병원 일반실에 입원할 당시 간호사도 의사도 대통령의 모친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일화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성전 파괴는 미래에 일어날 이야기이지만, 또한 이사야와 예레미야 예언자 시대 아시리아와 바빌론의 침공으로 겪었던 상황과 같습니다. 당시 예언자들은 강대국들의 침략을 대비하여 정치 지도자들에게 그 어느 나라도 믿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만을 믿어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멸망하여 유배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아나뷤(Anawim)’, 곧 ‘남은 자’로서 하느님 말고는 그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던 ‘가난한 자’들에게 메시아를 약속하셨고, 그들은 하느님만 믿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메시아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빈손으로 왔기 때문에 가난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인생은 가난하지만, 하느님의 뜻대로 하느님의 사랑이 자라나는 축복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가난 때문에 서로 함께 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어 모두 행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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