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사, 왜 받아야 하나?

가톨릭부산 2021.03.24 11:17 조회 수 : 38

호수 2644호 2021.03.28 
글쓴이 노우재 신부 
전대사, 왜 받아야 하나?

 
노우재 신부 / 수정성당 주임

 
   잠벌이라고? 고해성사를 받아도 벌이 남으니 전대사를 받아야 한다고? 통 크게 용서해 주시면 그만이지, 무슨 잠벌인가? 하느님은 그렇게나 옹졸하신가? 전대사 받는다고 과연 무엇이 달라지는가? 희년을 맞아 전대사를 베푼다는데, 굳이 내가 왜 받아야 하나? 이런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죄는 죄뿐만 아니라 죄가 남기는 결과가 있다. 내가 죄를 용서받는다고 해서 내가 지은 죄의 결과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누가 운전을 하다 한눈파는 바람에 어린이가 차에 치어 생명을 잃었다. 운전자가 신실한 신앙인이고 양심적인 사람이어서 곧바로 자수하고, 피해자 부모에게도 용서를 청하고, 고해성사도 보았다. 국가법에 따라 피해를 보상하고, 당사자 부모에게도 어렵사리 용서받고, 하느님께도 죄 사함의 은총을 얻었다. 죄가 용서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죄의 결과가 사라졌나? 어린이는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자식을 잃은 부모는 여전히 슬프고, 사고 낸 이도 편하지 않다. 죄의 결과다. 죄는 용서받았지만 죄의 결과가 남은 것이다. 이걸 ‘잠벌’이라고 부른다. 잠벌은 하느님 편에서 내리는 형벌이 아니다. 인간의 죄가 낳은 고통스러운 결과다. 
 
   하느님은 죄만 사하시는 것으로 끝내지 않으신다. 그분은 자비로운 아버지이시다. 죄의 결과로 시달리는 당신 자녀들 때문에 아파하시고, 우리를 끌어안아 잠벌에서 벗어나도록 인도하시는 분이다.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을 전통적으로 ‘참회생활’이라고 불렀다. 내적인 악을 점진적으로 없애고, 자신을 쇄신하고 애덕을 실천하며 죄의 결과를 상쇄해 나가는 삶이다. 전대사는 바로 여기 뜻이 있다. 우리들이 지은 죄의 결과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다.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악한 영향을 끼쳤는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우리 힘만으로는 갚아낼 수도 없다. 다만 하느님의 사랑이, 죄보다 훨씬 더 큰 은총의 힘이 죄의 결과를 상쇄한다. 자비로운 아버지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인들의 통공으로 은총의 선한 영향이 속속들이 확산되게 하신다. 죄의 결과를 없애고 우리들의 잠벌을 면해 주시기 위해서다. 전대사는 하느님 자비의 선물이다.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사랑을 만나 당신 자녀들이 죄의 결과로부터 근원적으로 해방되게 하는 은총의 선물이다. 아버지께 돌아가 기쁨을 얻고 그분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도록 우리 마음을 북돋우는 하느님 사랑의 선물을 모른 척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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