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30호 2017.04.16 
글쓴이 김정숙 율리아나 

우리 가정은 매일 함께 기도합니다.

 

김정숙 율리아나 / 민락성당

 

  저희 가정에 어두운 밤이 닥쳐오고, 두려움 때문에 주님께 대한 믿음이 실망으로 흔들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어릴 때 사고로 지적장애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며 아픔이었습니다. 가톨릭 신자라는 신분도 잊은 채 영험하다는 점집을 찾아 헤매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미사 참례를 하던 중 신부님의 강론 내용이‘처녀 점쟁이’였습니다. 또 얼마 후 수녀님께서 훈화를 하셨는데 마치 수녀님께서 저의 행동을 보신 듯“정화수를 끼얹어 너의 모든 부정을 깨끗이 씻어주고 온갖 우상을 섬기던 중에 묻은 때를 씻어주고 새 마음과 기운을 넣어주며, 돌같이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을 넣어준다.”는 성경 말씀을 하셨는데 제 가슴에 화살처럼 꽂혔습니다.
  집에 돌아와 성경을 찾아 읽고 또 읽으며 펑펑 울었습니다. 주님은 내 삶 전체를 보고 듣고 계시는 분임을 체험했으며 큰소리치지 않으시고도 제 마음을 정화시키고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제 아이가 다섯 살 때 일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이제는 서른일곱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정신연령은 다섯 살인 채로 있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아이는 하느님이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입니다.
  처음 가족과 함께 기도하자고 해서 아이가 묵주랑 기도문을 준비하고 작은 제대에 촛불까지 켜고 기도를 했는데, 기도 준비를 해 준 아이는 다른 방에 가서 시끄럽게 떠들고 온갖 장난질을 해서 남편의 화를 돋우었습니다. 남편은“이런 환경에서 기도는 무슨 기도냐?”며 거부했습니다. 저는 멈추지 않고 기도했습니다. 아이의 떠드는 소리와 지친 저의 기도 모습에 불평할 때도 있었지만 어떤 처지에서도 정성을 다해 기도했습니다. 꾸준하고 간절한 기도는 남편의 마음도 바꾸었습니다. 짜증을 내던 남편이 서서히 기도에 동참했습니다. 부모가 기도하는 모습을 본 아이는 자기도 기도한다며 촛불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하다가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서 난리를 치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런 기도의 날들이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 나니, 엄마 품속에서 잠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해하던 아이가 이제는 혼자서도 집에서 차분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큰 어려움 안에서 당신을 알게 해 주시고 매순간 당신 안에 머무르게 해 주시며 보호해 주십니다. 자녀로 인해 죽을 것 같은 고통도, 뛸 듯이 기쁜 행복도 삶의 과정이라는 넓은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요즘 저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기도합니다.“나에게 기도하는 집에서 그들을 기쁘게 하리라.”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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