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08호 2022. 6. 5 
글쓴이 손삼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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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읽기]

청소년 주일 특집

2022년 청소년 주일을 맞으면서 (2)

 
교구장 손삼석 주교

 

 
3. 청소년들이 왜 교회를 떠났을까?
   이제 그 원인을 찾아봅시다. 그들이 교회를 떠난 것은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교회 내부의 문제든, 청소년 그들이 겪는 문제든 간에 우리는 먼저 그 이유를 찾아내고, 사태를 진단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교회로 돌아와 보람차고 행복한 신앙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주일학교에 가면 재미가 없다’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신앙이 무슨 재미로 하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재미가 없다’는 말은 꼭 세속적인 재미가 아니라 그만큼 가치를 상실했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일학교 학생들은 주일학교를 기피하고, 이런 교회에 대하여 더 이상 대화와 기대를 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늘어납니다. 곧, 기쁨과 매력을 주지 못하는 교회 환경을 지적하는 말입니다. 더불어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입니다.

 
① 우선 청소년 사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노력 또한 부족하였습니다.
 
② 그래서 기존의 청소년 사목자들이 청소년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성직자 중심이고 교육자 중심의 주입식 가르침과 획일화된 방법은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향하여 사고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③ 그리고 이것은 우리 교회 제도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본당의 사목자들의 인사이동 때마다 본당 공동체의 모든 사목 형태(전례, 본당 행사, 각 부서의 예산 편성 등)가 바뀌니, 본당마다 청소년 사목이 체계화되기 어렵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기에 어려움은 가중되었습니다.(『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11항)

④ 청소년 사목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가지고 투신하는 평신도 교리교사들의 양적·질적 문제와 교리교사 교육과 양성의 한계도 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 늘어나 주일학교 교사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사 교사가 되었다고 해도 2-3년 사이에 여러 이유로 그만두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본당에서 주부 교사들로 대체합니다. 생활이 바쁘고, 교사 연수 기회는 적으니 올바른 교리 준비를 할 수 없습니다. 자연히 교리 시간이 교리가 아니라 놀이와 다른 주제 위주로 되기 마련입니다. 전문성이 결여된 교리시간에 학생들은 더욱 흥미를 잃고 주일학교를 기피합니다.
 
⑤ 또한 전통적 신앙의 형성과정은 부모 세대로부터 이어져 오던 가정 안에서 ‘신앙의 전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의 가정에서 신앙의 대물림은 매우 심각합니다. 고용환경의 불안과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부모들이 자녀의 신앙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합니다. ‘유아세례’를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은 젊은 부부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더불어 부모의 ‘영적 세속성’과 지나친 교육열, 자녀들의 세속적 성공을 가장 우선시하는 부모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가정에서의 ‘신앙 전수’는 거의 단절되었습니다.

⑥ 1990년대 후반 이후 사회의 교육이 입시 위주로 나아가고, 저출생 영향 등의 사회 문화적 요인과 사회의 여러 유해한 환경들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올바른 신앙인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작용한 면도 있습니다.
 
⑦ 본당에서 초·중·고등부 청소년들을 위한 주일학교 프로그램은 있지만,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습니다. 비록 ‘청년회’라는 단체활동을 통하여 교회 공동체의 소속감을 지니고서 자신의 신앙을 유지하더라도, 자신들을 ‘육체적 봉사자’로서 기능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본당의 분위기로 말미암아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본당에서 일반 청년들이 부담 없이 접근하고 머무를 수 있는 사목적 공간이나 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교회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67항)


 
4.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들이 그들이 떠난 교회로 어떻게 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물질적인 도움 등 세속적인 방법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는 동기나 기회 혹은 방법을 안내하거나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체험’은 각자의 몫, 즉 주관적입니다. 그 체험이 있어야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변화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해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 사목을 회복하려면, 한두 사람의 교회 책임자, 성직자, 수도자만이 나서서는 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의 사명은 ‘이 시대의 불확실성 앞에서 교회 구성원 모두 영적 세속성을 극복하고 확신에 찬 믿음’으로 동반자 사목으로서의 역동성을 찾아가는 데에 있습니다.”(『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 86항) 그러므로 교회 모든 분야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성직자, 수도자, 부모, 교리 교사와 또래 친구까지 모두 힘을 합쳐야 청소년 사목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 책임자로 나서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교회와 사목자들이 청소년들을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교회로 돌아온 청소년들이 변화 없는 교회와 사목자들을 보고는 실망해서 다시 교회를 떠날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한스 큉 신부님은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교구에 몸을 담았던 신자들이 성당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이것저것 다 해 보아도 성당에서 갖는 기쁨만 한 것을 만날 수 없어서 성당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신부는 이미 늙었고, 제단을 비롯한 성당 내부는 먼지가 자욱하고, 장식한 꽃은 시들어 기운을 잃었으며, 그렇게 훌륭하던 성가대는 해체되고 말아서 옛날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을 달래며 향수에 젖어들고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한 그렇게 좋던 신앙생활의 분위기를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부수기는 쉬워도 건설하기는 매우 힘들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부서지기 전에 정신을 차리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우리를 위해 대신해 주지 않는다.”

 
   청소년 사목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회복하지 않으면 영영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아니, 지금도 어쩌면 많이 늦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 합니다. 온갖 것에 오염된 지구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듯이, 텅 빈 교회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노력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교회 자체가 온전히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5. 당부와 기도
   청소년 여러분!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과 언제나 함께하십니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멀리 벗어난다 하여도,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들 곁에 항상 함께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을 부르시고, 여러분이 당신께 돌아와 다시 시작하시기를 기다리십니다.(교황 프란치스코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 2항 참조) 그리고 우리 모두는 여러분들과 함께 기도로 동반하겠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오늘날 신앙과 삶의 어려움 속에서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교회가 다시 마음을 모으고자 하나이다.
교회의 지금이며 희망인 청소년들에게
복음의 의미와 기쁨을 일깨워주시어 
잃어버린 신앙의 감각을 되찾도록 
성령의 인도와 지혜를 청하나이다.
그리하여 청소년들이 그리스도께서 주신 사랑을 
매일 뿌리내리고 꽃피워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가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예수님을 양육하신 어머니 마리아님
저희의 청소년들을 어머니의 품에 맡기오니
청소년들이 신앙이 주는 삶의 기쁨과 행복이 넘쳐
하느님을 체험하며 교회를 이루도록 함께 해 주시고
저희 모두가 이 사명에 협력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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