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81호 2021. 12. 12 
글쓴이 손삼석 주교 
2022년 부산교구 사목지침 해설 (2)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생활화합시다.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요셉 주교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2티모 3,15)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계시 헌장’(11항)에서 성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모든 성경은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것이며 진리를 가르치고 잘못을 책망하며 허물을 고쳐주고 정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한 것이다. 이로써 하느님의 사람이 모든 신앙을 쌓을 수 있도록 완전히 준비하는 것이다.”(2티모 3,16-17 참조)
 
   2021년 교구 사목지침 ‘신앙과 말씀의 해’에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하느님의 말씀과 친밀해집시다.”였습니다.
 
   올해 사목지침 ‘성체와 말씀의 해’실천 사항도 ‘성경 통독하기’, 지난해에 이어 ‘가족이 함께 신약성경 필사하기’, 그리고 ‘한 주간의 성경구절을 정하여 암송하기’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쓰고, 암송하는 것은 보다 하느님의 말씀에 가까이 가고, 그 말씀을 우리 가운데 두며,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가려고 하는 노력이고 다짐입니다. 즉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 말씀을 읽어야 합니다. 적당한 공간에서 시간을 내어 규칙적으로, 그리고 오랜 시간 말씀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쁜 시간을 틈내어 어디서든지 짬짬이 읽는 것도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성경 읽기를 강조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숙련된 성경 해설가를 찾으시는 게 아닙니다. 주님이 찾으시는 것은 온순한 마음입니다. 당신의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내면에서 스스로 변화될 수 있도록 내맡기는 마음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과 친숙해지고, 그것을 늘 가까이 둬야 하는 이유입니다. 호주머니나 핸드백이면 어떻습니까? 거기에 포켓 사이즈 성경을 넣고 다니면서 읽고 또 읽으십시오.”(프란치스코 교황님 2021년 10월 31일 주일 삼종기도 훈화)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일반 서적을 읽는 것과 다르고 달라야 합니다. 성경 읽기에 기도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성경을 읽는 것은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 중에 이루어져야 하고, 기도로 끝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마음이 열리고 하느님의 뜻을 바르게 깨달아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경 읽기를 끈기 있게 계속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신비가 드러납니다. 하느님 말씀은 모든 이에게 각각 다르게 다가갑니다. 어린이에게는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음성으로, 청년에게는 청년의 음성으로, 어른에게는 어른의 음성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각 사람의 환경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달리 다가갑니다. 꼭 전문가가 되려고 성경을 읽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우리는 우리 삶의 기둥과 버팀목과 영적 양식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공경하는 히포의 주교 성 아우구스티노(서기 354~430년)를 아시지요? 그는 387년 세례를 받았으나 그의 신앙생활은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인은 정원에서 이웃집 아이들이 부르는 이런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집어라, 읽어라”(Tolle, Lege). 이 소리는 반복해서 들려왔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성인은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억누르고서 벌떡 일어나 성경을 펴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대목은 바로 로마서 13장 13-14절이었습니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 순간적으로 평정의 빛이 성인의 마음에 부어져 의혹의 모든 어둠이 흩어져버렸습니다.(고백록, 8권, 12장) 성인은 고향으로 돌아가 수도생활에 전념하였으며, 마침내 히포의 주교가 되어 공동체를 돌보고, 이단과 싸우며 교회의 일치와 평화를 이루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성경 안의 한 말씀이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그때 성 아우구스티노에게 들렸던 그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집어라, 읽어라.” 
 
   2022년 ‘성체와 말씀의 해’에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쓰고, 기도하면서 그 말씀의 은총이 우리 삶 안에 가득 차도록 합시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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