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69호 2021.09.19 
글쓴이 김정수 신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중협주 제2020-792호의 첨부 1(희년 포스터).jpg


 
1. 밝힘 : 이 편지는 1846년 8월 말경 옥에서 김대건 신부님이 교우들에게 깨우침을 주려고 돌려보라는 뜻으로 ‘회유문’이라 표기된 마지막 한글 편지다. 오래된 1885년 필사본이 절두산성당 박물관에 있다. 페레올 주교님이 김 신부님을 ‘부주교’로 임명하셨으므로 명칭을 밝혔다.

 
2. 가치 : 회유문은 길지 않으나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넓고 깊고 드높다. 그분이 말씀하신  단어 하나하나에 진한 사랑과 경외심이 가득한 호소가 묻어있다. 이는 우리에게 주신 유일한 말씀이니 마음에 보존하기 바라는 유언이므로 우리에게는 지금도 마음을 울리고 사도 바오로의 편지처럼 우리에게 주신 복음이 될 수 있다. 회유문에서 김 신부님의 부탁이 우리에게는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기초, 출발점, 엑기스같은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문헌이 될 수 있다. 김 신부님의 관심은 자신이 돌아가셔도 “너희와 나는 동일체”라고 하신다. 성직자는 물론 신자들도 그분의 편지를 매일매일 읽고 배워서 그분의 길, 신앙을 우리 삶에서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 
(밝힘 : 2021년 7월 5일 김정수 대건안드레아 신부)


 
김대건 신부님의 마지막 회유문
 
  교우님들, 보십시오.
  우리 벗님들! 생각하고 생각해 봅시다. 하느님께서 태초에 천지 만물을 제자리에 놓으시고, 그 가운데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만드시어 세상에 내놓으신 창조주님과 그 뜻을 생각해 봅시다.
 
  온갖 세상일을 곰곰이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습니다. 이같이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 번 태어나서 우리를 내신 주님을 알지 못하면 태어난 보람이 없고, 살아 있더라도 쓸데없을 것입니다. 비록 주님 은총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주님 은총으로 영세 입교하여 주님의 제자가 되니, 이름은 또한 귀하지만 내용이 없으면 그 이름을 무엇에 쓰며, 세상에 태어나 입교한 보람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주님을 배반하고 은혜를 거스르니, 주님 은혜만 받고 주님께 죄를 짓는다면 태어나지 않은 것만 못한 것입니다.
 
  밭을 심는 농부를 볼 때, 때에 맞춰 밭을 갈고, 거름을 주며, 더위의 큰 고생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름다운 씨를 가꾸어, 밭을 거둘 때가 되어 곡식이 잘 되고 여물면, 마음에서 땀 흘린 수고는 잊고, 오히려 즐기고 춤추며 기뻐할 것입니다. 곡식이 여물지 않고 밭을 수확할 때 빈대와 껍질만 있다면, 주인은 땀 흘린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려 그 밭에 거름을 내고 들인 노력이 생각나 그 밭을 푸대접할 것입니다. 이같이 주님께서는 땅을 밭으로 삼으시고, 우리 사람을 벼로 삼으시며, 은총을 거름으로 삼으시어, 강생 구속하신 피로 우리에게 물을 주시어 자라고 영글게 하셨습니다. 심판 날 거둘 때에 이르러, 은혜를 받아 좋은 결실을 보았으면 주님의 자녀로서 천국을 누릴 것입니다. 만일 좋은 결실을 못 본다면 주님의 자녀라 하더라도 원수가 되어 영원히 마땅한 벌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알아야 합니다. 우리 주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시어 친히 많은 고난을 받으시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에서도 자라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맹렬히 싸운다 하더라도 감히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님 승천 후 사도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곳곳에 수많은 간난(艱難) 가운데서도 발전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조선에 교회가 들어온 지 50~60년 동안 여러 번 군란(軍亂)으로 교우들이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 오늘날 군란이 불길같이 일어나 많은 교우들과 저까지 잡히고, 아울러 여러분까지 환난을 겪고 있으니, 우리가 한 몸으로서 어찌 애통한 마음이 없겠으며, 육정에서 어찌 이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성교회에서 말씀하시기를 “작은 털끝이라도 주님께서 돌보신다.”고 하시고, “모르심이 없이 돌보신다.”고 하셨으니, 어찌 이런 군란이 주님께서 명하신 일이 아니면, 주님의 상과 주님의 벌이 아니겠습니까. 주님의 거룩한 뜻을 따르면서, 온 마음으로 천주 예수님 대장의 편에 서서 이미 항복받은 세속과 마귀를 공격합시다. 

 
  이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마음을 게을리하지 말고 오히려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해서 마치 용맹한 군사가 무기를 갖추고 싸움터에 나가는 것과 같이 싸워 이겨냅시다. 부디 서로 우애를 잊지 말며 돕고, 아울러 주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환난을 거두시기까지 기다리십시오.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해서 주님의 영광을 밝히고, 조심을 몇 갑절 더하고 더해갑시다. 
 
  여기 있는 20인은 아직 주님의 은총으로 잘 지내니 설령 세상을 떠난 다음에라도 여러분은 그 사람들의 가족을 부디 잊지 말아 주십시오. 할 말은 많지만 어찌 편지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이만 그칩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싸움터에 나아갈 테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서 만납시다.

 
  진심으로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신자님들께 ! 
  여러분은 이런 어려운 시기를 만나 부디 마음을 헛되게 먹지 말고 밤낮으로 주님의 도우심을 빌어, 삼구(三仇)에 맞서 군란을 받아 참으며, 주님의 영광을 위하고 여러분의 영혼 대사를 계속적으로 펴나가십시오. 
 
  이런 군란 때에는 주님의 시험을 받으니, 세속과 마귀를 물리쳐서 덕행과 공로를 크게 세울 때입니다. 부디 환난에 짓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받들고 영혼을 구하는 일(事主救靈事)에서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난날 성인 성녀들의 발자취를 많이 본받아 성교회의 영광을 더하고, 하느님의 착실한 군사이며 자녀가 되었음을 증거하십시오. 비록 여러분의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으며 돌보고 불쌍히 여기면서, 주님께서 가련히 여기실 때를 기다리십시오.
 
  할 말은 너무도 많지만, 있는 곳이 마땅하지 못해 더 적지 못합니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서 만나 영원히 누리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내 입을 여러분의 입에 대어 사랑으로 입맞춥니다.

 
부주교 김 안드레아

 
  세상 온갖 일은 주님의 뜻 아닌 것이 없고, 주님께서 내리신 상이나 벌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군란도 역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므로, 여러분도 이를 달게 받아 참으면서 주님을 위하고, 오직 주님께 슬피 빌어서 빨리 평안함을 주시도록 기다리십시오. 
 
  제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 여러분 육정과 영혼의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곧 여러분에게 나보다 더 착실한 목자를 상으로 보내주실 테니, 부디 서러워하지 말고 큰 사랑을 이루어 한 몸으로 주님을 섬기다가, 죽은 후에 함께 영원히 하느님 앞에서 만나 길이 영복을 누리시기를 천번 만번 바랍니다.
 
  잘 계십시오.
  김 신부가 애틋한 마음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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