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

가톨릭부산 2015.10.20 20:02 조회 수 : 19

호수 2347호 2015.09.27 
글쓴이 우리농 본부 

동상이몽(同床異夢)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오곡백과가 풍성한 추석입니다. 가을걷이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골 들판에는 벼가 연출하는 황금색 물결이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9월 말이나 10월 초반의 때늦은 태풍이 오지 않는다면 올해도 벼농사는 풍년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한해의 풍요로움을 장식할 추석엔 조생종 벼, 흔히들 올벼라고 부르는 일찍 자라는 벼로 빚은 송편으로 이웃과 자연과 함께 그 넉넉함을 나누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 풍요로움에 초대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서글픕니다.

 

  쌀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와 건물 건축과 택지 개발 등으로 벼 재배 면적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와중에, 산지 쌀값은 작년 대비 많게는 1만 5천 원이나 하락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들여와 최근에 낙찰된 수입 밥쌀 3만 톤이 국내에 반입되는 시점이 10월 수확기와 맞물리면 올해 쌀값 폭락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총체적인 사달이 벌어진 이면에는 자동차며 반도체 등 산업 분야의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 외국에 우리 농산물 시장을 희생제물로 개방한 탓이기도 합니다. 이즈음에 국회에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FTA 체결로 이익을 보는 산업의 이득 일부를,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 분야에 지원하는 제도인 무역이득공유제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결국 농민의 죽음을 담보로 도시민의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것인데,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입니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당신의 첫 번째 사회회칙인『찬미받으소서』에서“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49항)일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내 코가 석 자라 누구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고 하지만 모두를 위한 이 풍요로운 추석 잔치에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더불어 실의에 빠진 농민을 따뜻하게 맞이하기 위한 자리 하나는 남겨두는 넉넉함을 잃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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