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 잡힌 풍년

가톨릭부산 2015.10.20 19:49 조회 수 : 10

호수 2300호 2014.11.16 
글쓴이 우리농 본부 

저당 잡힌 풍년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황금빛 물결, 메뚜기가 뛰어놀고 고랑으로는 미꾸라지가 오르내립니다. 예년보다 풍성한 이 늦가을 배추와 무밭에는 보기에도 싱싱한 푸른 물결이 장관을 이룹니다. 그러나 8월, 혹은 9월 초순에 월동을 위한 늦가을 김장용 배추와 무 종자를 파종했던 농민의 마음은 애석하게도 그리 풍성하지 못합니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조절이 실패하면서 배추, 무, 쪽파 등의 김장용 농산물의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즈음이면 시골의 들판을 종횡무진 움직이며 농민들을 상대로 밭떼기로 거래하던 중간 상인들은 온데간데없고, 경매에 내놓으려 공판장으로 트럭 가득 배추를 실어 나르려 해도 생산비는 둘째 치고 기름값이나 나오겠느냐는 절망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심에 가득 찬 농민의 얼굴만 파랗게 질려갑니다.

더더구나 파종기 때 상인들과 계약을 맺고 종자를 넘겨받아 한 해 농사를 지은 농민들이 아직 계약금을 받지 못한 것에 비하면, 도시의 소비자는 호재를 만난 셈입니다. 싼 배추와 무를 구입해 넉넉하고 여유롭게 김치를 담그게 되겠지요.“농업을 시장논리에만 맡길 수 없다.”는 대통령의 말씀이 무색하게 시장은 인건비, 생산비조차 메꿀 수 없는 가격으로 농민들을 후려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선물인 풍년이 농민에게는 절망이, 소비자에게는 행운이 되는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이 세상의 어느 한때의 풍경이 오늘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대부분이 최저생계비 이하로 월급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농민들은 그런 보호장치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농 매장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농민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가격으로 농민들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더는 누군가에게는 우울한 풍년이 되지 않도록 우리 양심의 재물로 우리농 매장을 찾아보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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