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73호 2014.05.18 
글쓴이 우리농 본부 

음식, 사 먹는 것과 해 먹는 것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특별한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두 군데의 맛집은 압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서는 수고를 하고서라도 찾게 되는 곳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때가 되면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평범한 우리는 번거로운 도시락이나, 해먹기 힘든 음식을 뒤로 하고 이런 식당으로 피신하듯 몰려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우리의 양식으로 주신 하느님(창세 1, 29 참조)의 뜻은 창조의 풍요로움을 한껏 만끽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창조의 풍요로움은 결코 식당의 메뉴판에 다 구현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원하든 원치 않든 음식에 가미된 인공적인 조작은 창조의 신비를 파괴하기 마련입니다. 음식이 품기 마련인 속 깊은 생명력에 대한 관심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빛깔로 눈속임하기 위하여 색을 보기 좋게 하거나 선명하게, 혹은 하얗게 만드는 착색제, 발색제, 탈색제는 창조의 신비를 가리고 인공적으로 총천연색 코팅된 모조품이 주인 되는 세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배움의 역행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몰라도 될 것에는 끝없는 관심을 보이고, 꼭 알아야 할 것은 그저 스쳐 흘려보냅니다. 자연과 교감하며 긴 호흡으로 창조 세계를 살아가야 할 인간은 하느님 생명의 선물인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아니라, 해 먹는 것으로 알아듣고 그 깊은 향을 두루 만끽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그때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가치를 조금씩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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