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서 출발하기

가톨릭부산 2015.11.18 10:36 조회 수 : 107

호수 2355호 2015.11.22 
글쓴이 우리농 본부 

작은 것에서 출발하기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무릇 큰 욕심이 거창한 결과를 약속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작지만 성실한 한 걸음이 확실한 내일을 기약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비참한 현실의 지표를 거울 삼아 폐허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할지 모릅니다. 농업과 관련한 우리의 현실이 바로 그렇습니다. 역시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올해 쌀값은 또 떨어졌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는 80kg당 평균 154,000원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딱 10년 전인 2005년은 156,048원이었습니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면 16년 전인 1999년 가격이 159,874원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16년째 임금동결이라는 말입니다. 16년간 경제발전에 따라 급속하게 상승한 물가는 차치하고라도 수익이 16년째 동결된다는 것은 한 마디로 농사짓고 먹고살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처럼 억지로 쌀가격을 묶어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무적이지 않은 수입 밥쌀까지 굳이 들여온다는 것은 경작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2014년 기준 부산시 전체면적 대비 경지면적은 8%입니다. 그러나 이 8%의 경지면적 중 상당수는 묵힌 논밭입니다. 실제 경지면적은 그보다 훨씬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식량 안보를 포함한 농사의 여타 공익적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대도시 근방 군소도시의 삶의 가치를 완전히 삭제하겠다는 분명한 신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한 현실에서 우리의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합니다. 교황님은 당신의 회칙『찬미받으소서』에서 이런 위기에 대한 새로운 길의 한 예로,“이 세상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마련해 주는 다양한 소규모 식량 생산 체제”(129항)를 언급하셨습니다. 탁월한 사례입니다. 정확히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천천히, 욕심내지 않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고 황소걸음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185 2383호 2016.05.22  아직도 먹고 사는 문제로 우리농 본부  42
184 2379호 2016.04.24  선물인 세상 우리농 본부  39
183 2375호 2016.03.27  물오름달 부활 단상 우리농 본부  44
182 2371호 2016.02.28  농촌, 그것만으로 풍요로운 곳 우리농 본부  60
181 2367호 2016.01.31  감물에서 온 편지 - 미래를 위한 스펙 김준한 신부  161
180 2366호 2016.01.24  온전한 성숙을 위한 교회의 선택 우리농 본부  43
179 2361호 2015.12.27  도시를 위한 또 하나의 가능성, 농촌 우리농 본부  54
178 2356호 2015.11.29  ‘농업(農業)’유감 우리농 본부  24
» 2355호 2015.11.22  작은 것에서 출발하기 우리농 본부  107
176 2351호 2015.10.25  생태적 빚 우리농 본부  74
175 2347호 2015.09.27  동상이몽(同床異夢) 우리농 본부  19
174 2343호 2015.08.30  생명의 선교사 우리농 본부  29
173 2342호 2015.08.23  인간을 품고도 넉넉한 자연 우리농 본부  16
172 2338호 2015.07.26  때론 잘 먹으려고 살아야 할 우리 우리농 본부  34
171 2334호 2015.06.28  우리를 위한 선택 우리농 본부  25
170 2330호 2015.05.31  농업의 예외성 우리농 본부  47
169 2329호 2015.05.24  새로운 시대의 정결례 우리농 본부  30
168 2325호 2015.04.26  농사의 農 (농) 우리농 본부  21
167 2321호 2015.03.29  새벽형 인간 우리농 본부  19
166 2320호 2015.03.22  이 시대의 가난한 이, 농민 우리농 본부  23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