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모세의 떨기나무가!

가톨릭부산 2017.08.23 10:43 조회 수 : 214

호수 2449호 2017.08.27 
글쓴이 우리농 본부 

어디에나 모세의 떨기나무가!
 

우리농 본부(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아직 물러가지 않은 여름의 불볕더위 가운데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조금씩 비치는 입추(立秋)가 지나고, 극성을 부리던 모기 입이 비뚤어지고, 맹위를 떨치던 풀들도 힘을 잃는다는 처서(處暑)를 맞이하고도 나흘이 흘렀습니다. 채 가시지 않은 더위가 우리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만, 세상 만물 안에서 찬란히 빛나는 창조주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작가 앨런 와이즈먼은 참으로 독특하게도‘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를 구상하면서 인간이 사라지고 20년 후가 되면 고가도로를 지탱하던 강철 기둥이 물에 부식되면서 휘기 시작하고, 파나마 운하가 막혀 남북 아메리카가 다시 합쳐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즐겨 먹던 밭작물의 맛이 지금 같지 않은 야생종으로, 그러니까 인간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기 전 상태로 되돌아가리라 추측했습니다. 결국 하느님의 창조신비는 인간의 어떤 인위적인 조작으로도 감출 수 없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지금 진정한 창조주 하느님의 신비, 창조의 감추어진 맛, 참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을 주도한 모세가 미디안의 사제인 장인 이트로의 양 떼를 치며 목격한 하느님의 신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불에 타는데, 타서 없어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고 신발을 벗어 하느님의 거룩한 신비에 예배한 모세의 체험(탈출 3, 1-5 참조)이 과연 우리에게는 불가능할까요? 19세기 영국의 시인 엘리사벳 바렛 브라우닝은 이런 시를 남겼습니다.“땅은 하늘로 가득 차 있다. / 모든 덤불은 하느님으로 불타고 있다. / 그러나 이를 보는 이들만이 그들의 신을 벗는다.”감추어진 창조주 하느님의 신비를 목격한 모세의 체험은 결코 그만의 것이 아니며, 자연 만물 안에서 그분의 숨결을 찾는 이는 누구나 그것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우리의 인위적인 신을 벗고 자연 속에서 온몸으로 주님을 느낄 여유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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