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25호 2015.0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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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우리농 본부 |
농사의 農 (농)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들은 모두 일기를 써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일기장에는 날짜와 요일을 기재하고 나면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반드시 날씨를 적는 난이 있었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놀 궁리에 빠질 그 나이에 날씨가 무슨 대수겠느냐만서도 그 일기장을 만든 어른들은 날씨를 하루 삶의 중요한 변수로 생각하는 기나긴 역사의 잔재를 그렇게 정식화시켰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일기예보는 삶의 불편함을 초래할 자연의 변덕을 미리 확인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값싼 문명의 예언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아직도 시골에서는 산 너머 마을의 형편을 가늠하기 위한 사랑의 잣대로 날씨를 어루만질 줄 안다는 것이 작은 희망입니다. 곧 이즈음 경상도의 농부는 쓸데없는 4대강 사업 이전부터 아무 문제 없이 웬만한 가뭄에도 물 걱정 없이 차근차근 농사를 준비할 수 있지만, 비가 드문 날이면 마음마저 타들어 가는 저 강원도 산골짝 농부의 마음을 헤아리며 딱히 급하지 않은 비를 하늘에 빌어 마지않는 마음을 품곤 합니다. 그러나 정부야 굳이 앞장서 농민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무, 배추, 당근, 대파, 고추, 마늘, 양파 등 7개 품목에만 겨우 적용하던 농산물 최저가격을 올해도 어김없이 묶어 놓고, 속절없는 수입개방으로 이즈음 제철과일인 참외는 눈칫밥을 먹고 있지만 지난 3월 예년에 비해 9%가 많은 4만 톤이 수입된 오렌지나 그 외 칠레산 청포도, 자몽 등이 우리의 입맛을 잠식하고 민족의 맛을 대체하는 와중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딱히 누구를 탓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농사의 農’자도 모르더라도 팍팍한 삶 속에서도 건강한 사랑을 길어올리는 농민의 우물 같은 마음은 닮아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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