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희망

가톨릭부산 2018.08.22 10:45 조회 수 : 133

호수 2503호 2018.08.26 
글쓴이 우리농 본부 

작은 희망
 

우리농 본부(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벼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종자에 따라 9월에도 볼 수 있지만 거의 8월이면 온 산하의 들판 가득 흐드러진 벼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잎도 꽃받침대도 없어 장미만큼, 백합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그 소박한 자태는 피와 살이 되어 온몸을 휘감는 생명의 밥이 됩니다. 아마 그래서인지 다들 벼꽃이 핀다고 하기보다 이삭이 팬다고 합니다. 이삭 하나에 작은 벼꽃 100여 송이가 피고, 그 한 송이 꽃마다 쌀 한 알 한 알이 영그는 모습은 그렇게 흔해도 가장 찬란하고 신비롭습니다. 과연 차고 넘쳐 무심코 지나치다가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요? 북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구전되는 <코요테의 노래>가 있습니다. “코요테야, 코요테야, 내게 말해 줄래, / 무엇이 마술인지? / 마술은 그해의 첫 딸기를 먹는 것, / 그리고 여름비 속에 뛰노는 /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 이처럼 가장 평범해서 가장 신비로운 것은 자연 속에서 매일 드러납니다. 이 시대가 크고 화려하며 특이한 것에 마음을 빼앗길 때, 예수님은 에둘러 낮은 곳으로, 작은 것에서 당신 하늘 나라의 신비를 드러내셨습니다. 어린이도, 가난한 이도, 죄인도 그렇게 낮은 곳에 함초롬히 피어난 작은 꽃입니다. 이 꽃 한 송이에 숨겨진 신앙의 진리를 깨닫지 않고서는 예수님의 모습을 알아채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숨 막히는 폭염에 기진맥진 겨우 하루를 버텨내는 이 계절이지만 이 속에서도 창조의 신비는 감출 수 없는 법입니다.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살인적인 지구온난화 현상이 인류 공동의 집을 위협하고 있지만, 희망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최첨단 과학 문명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희망은 오직 예수님이 사랑해 마지않는 작은 생명에서 피어오릅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225 2128호 2011.10.09  위험한 피어싱 우리농본부  106
224 2130호 2011.10.23  소리없는 살인자, 석면 우리농본부  41
223 2132호 2011.11.06  소리없는 살인자, 석면 2 우리농본부  35
222 2134호 2011.11.20  석면 없는 세상을 바라며 우리농본부  10
221 2136호 2011.12.04  작은 것이 아름답습니다 우리농본부  18
220 2138호 2011.12.18  밥이 곧 내 몸이라 우리농본부  192
219 2140호 2012.01.01  식량과 무기 그리고 도시 농부 우리농본부  31
218 2142호 2012.01.15  설에는 어떤 선물이 좋을까요? 우리농본부  63
217 2145호 2012.01.29  2012년, 이 시대 진정한 영웅 우리농본부  18
216 2147호 2012.02.12  다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우리농본부  9
215 2149호 2012.02.26  농민들의 아픔을 우리들의 아픔으로 우리농본부  13
214 2151호 2012.03.11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우리농본부  90
213 2152호 2012.03.25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우리농본부  29
212 2155호 2012.04.08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농본부  8
211 2351호 2015.10.25  생태적 빚 우리농 본부  74
210 2157호 2012.04.22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부 우리농 본부  54
209 2159호 2012.05.06  오월, 지금은 모종을 심을 때 우리농 본부  96
208 2161호 2012.05.20  육식은 이제 그만 우리농 본부  12
207 2163호 2012.06.03  밥상을 받을 자격 우리농 본부  5
206 2165호 2012.06.17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 길 우리농 본부  30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