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99호 2018.07.29 |
---|---|
글쓴이 | 김준한 신부 |
여름의 의미
김준한 신부 / 감물생태학습관 관장 jhkim7291@gmail.com
계속되는 무더위에 너나 할 것 없이 지쳐가는 나날입니다. 그나마 밀양 감물생태학습관은 해발 300m에 위치한 관계로 산 아랫동네에 비해 3도가량 시원한 편입니다. 그런데도 농사를 짓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일하시려 빠르게는 새벽 3시, 보통은 5시면 논밭이나 하우스로 나가십니다. 물론 농부만 그렇겠습니까. 각종 공장에서 일하시는 노동자, 택배 기사, 우편 배달부 등 많은 분이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며 또 하루를 살아가고 계십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 무더위에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삶을 꾸려가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 우리는 쉽게 이웃을 향해 유감없이 불쾌감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여기 감물에서도 가뭄이 길어지면서 아랫논과 윗논 사이에 제 논에 먼저 물을 대려고 물길을 이쪽으로 저쪽으로 돌리다 얼굴을 붉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언쟁은 하루 이틀이면 이내 끝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참을 나누어 먹고 서로 일을 돕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열치열이란 게 따로 없습니다. 내 이마에 땀이 맺히고 있다면, 내 이웃의 등에도 땀이 흐르고 있다는 걸 보지 않고도 이심전심으로 알아주는 마음이 바로 이열치열입니다. 다들 힘들지만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무더위도 그리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분명합니다. 이 무더위는 피할 수 없습니다. 아니 꼭 필요합니다. 이 햇볕이 없다면 어떤 농작물도 무럭무럭 자랄 수가 없습니다. 곧 여름이 있기에 풍성한 결실의 가을을 기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여름을 이겨내고 극복해서는 안 됩니다. 여름은 적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창조의 신비 가운데 마련하신 복된 계절임을 믿고 그에 합당하게 땀을 흘리며 성실하게 일하고 기도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번호 | 호수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
225 | 도시를 위한 농촌의 선택 | 도시를 위한 농촌의 선택 | 우리농 본부 | 129 |
224 | 2512호 2018.10.28 | 논과 밭이 사라진다면 | 우리농 본부 | 157 |
223 | 2508호 2018.09.30 | 가장 큰 거짓말 | 감물생태학습관 | 291 |
222 | 2507호 2018.09.23 | 청소 시간 | 우리농 본부 | 90 |
221 | 2503호 2018.08.26 | 작은 희망 | 우리농 본부 | 133 |
» | 2499호 2018.07.29 | 감물에서 온 편지 - 여름의 의미 | 김준한 신부 | 82 |
219 | 2498호 2018.07.22 | 세상은 이미 넘쳐나는데 | 우리농 본부 | 35 |
218 | 2494호 2018.06.24 | 겸손과 순명 | 우리농 본부 | 93 |
217 | 2490호 2018.05.27 | 시장과 문명 | 우리농 본부 | 42 |
216 | 2486호 2018.04.29 | 감물에서 온 편지 - 농부의 시간 | 김준한 신부 | 97 |
215 | 2485호 2018.04.22 | 우리가 가진 열쇠 | 우리농 본부 | 61 |
214 | 2481호 2018.03.25 | 만물을 위한 창조 | 우리농 본부 | 57 |
213 | 2477호 2018.02.25 | 마지막 나무를 자른 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 우리농 본부 | 65 |
212 | 2473호 2018.01.28 | 환경, 믿음의 영역 | 우리농 본부 | 64 |
211 | 2468호 2017.12.31 | 먹는 신앙 | 김준한 신부 | 68 |
210 | 2466호 2017.12.24 |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하여 | 우리농 본부 | 78 |
209 | 2462호 2017.11.26 | 흘러넘치는 생명 | 우리농 본부 | 109 |
208 | 2458호 2017.10.29 | 감물에서 온 편지 - 불편한 동거, 생명의 창문 | 김준한 신부 | 204 |
207 | 2457호 2017.10.22 | 자연에 대한 예의 | 우리농 본부 | 89 |
206 | 2453호 2017.09.24 | 가장 많이 피는 꽃 | 우리농 본부 | 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