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93호 2016.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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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준한 신부 |
군식구는 없다
김준한 신부 / 감물생태학습관 행정부관장 jhkim7291@gmail.com
해발 300m의 감물생태학습관은 조용한 시골 마을을 낀 둘레길 너머로 적당히 큰 저수지를 곁에 두고 있습니다. 평지보다 훨씬 쾌적한 기후다 보니 여름 모기가 그리 기승을 부리지 않는 것도 한 가지 좋은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곳에서 살며 깨닫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자연은 식물만이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곤충도, 동물도 참 많다는 당연한 사실입니다.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던 이들도 이름 모를 벌레며 곤충, 거기다 산짐승이라도 출몰하게 되면 기겁을 하게 됩니다. 혹 그중 하나가 내 옷 속으로 들어오거나 입으로 들어가는 날이면 큰일이라도 일어난 양 온갖 호들갑을 떨어서라도 그 악의 무리를 제거하려고 애쓰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오랜 시간 우리가 익혀온 근대적 위생관념의 기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서양의 한 생태학 교과서에 우리가 숨을 쉴 때 허파로 들어오는 무수한 탄소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은 나폴레옹의 몸을 잠시 구성했다는 말이 적혀 있답니다. 도대체 이 자연 속에서 인간과 다른 피조물을 갈라 세워 그 불결함을 주장할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출신의 백인 여의사 말로 모건이 호주 원주민들과 함께 걸어서 대사막을 횡단하는 여행 중 겪은 일을 기록한『무탄트 메시지』를 보면 수백만 마리의 덤불파리에 대한 체험, 곧 온몸을 뒤덮을 뿐만 아니라 코와 귀와 입속까지 밀려드는 파리에 대한 끔찍한 체험이 나옵니다. 그러나 원주민은 귀와 코와 피부를 포함한 몸 구석구석을 다니며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파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참으로“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사도 10, 15)는 말씀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그렇게 감물생태학습관이 전하는 아주 작은 메시지는 이처럼 이 세상 어떤 것도 군식구는 없다는 것, 다 그 존재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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