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을 위한 창조

가톨릭부산 2018.03.21 09:31 조회 수 : 57

호수 2481호 2018.03.25 
글쓴이 우리농 본부 

만물을 위한 창조
 

우리농 본부(051-464-8495) woori-pusan@hanmail.net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벌레가 먹고, 한 알은 사람이 먹는다.”재밌게도 우리가 잘 아는 이 속담과 비슷한 것이 일본에도 있습니다.“씨앗은 세 알을 심는다. 한 알은 신에게 바치고, 한 알은 사람이 먹고, 나머지 한 알은 새에게 준다.”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자연 만물이 하느님 창조의 풍요로움을 고루 나누어 가지는 농사 정신이 담뿍 담긴 속담입니다. 아무리 빵을 자주 먹는다손 치더라도 변함없는 우리의 주식인 쌀을 맺는 벼를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요즘 벼는 대부분이 키가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지만, 토종 벼는 허리 이상으로 자라 그 키가 요즘 벼보다 2배나 큽니다. 키가 작으면 줄기에 갈 양분이 이삭에 가서 열매도 많이 달리고, 바람이나 큰비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토종 벼는 키가 큽니다. 평생 농사를 지었을 조상들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키가 커서 수확도 적은 벼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비록 키가 커서 수확은 적어도 더 많은 볏짚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긴 볏짚으로 초가지붕을 얹고, 소먹이도 할 뿐만 아니라, 멍석이나 가마니, 짚신 등 생활 도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시 그 볏짚을 땅으로 되돌려 다음 해 농사를 위한 거름으로 쓰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고작해야 당장에 필요한 열매를 맺는 것 외에는 다 부산물,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깁니다. 생명의 그물망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만물을 그러모아 끊임없는 사슬로 엮어 서로 돕도록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자주 잊곤 합니다. 모든 문명을 뒤집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창조의 신비가 훨씬 더 살아있던 과거를 잊는 것도 결코 미래를 위한 좋은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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