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77호 2018.02.25 
글쓴이 우리농 본부 

마지막 나무를 자른 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우리농 본부(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황량하게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대신 30톤에서 100톤에 이르는 600개 이상의 석상‘모아이’로 유명한 태평양의 이스터섬. 이 섬에 대해 강의하던 재레드 다이아몬드라는 학자는 수업을 듣던 학생으로부터“마지막 나무를 자른 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원래 야자수 등 많은 나무로 울창하던 이 섬은 종족 간의 개발과 모아이 석상 제작 경쟁으로 황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학자는‘풍경 기억상실’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곧 마지막 나무를 자르기 전에 이미 섬은 황량했고, 그래서 별생각 없이 그 누군가가 마지막 나무를 잘랐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멀지 않은 과거, 도심을 흐르던 하천에서 수영하고 고기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이젠 거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추억이 되었고, 깨끗한 환경을 누리던 시절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더이상 우리에게 아무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처럼 이스터섬에 대한 이야기는 냄새나고 보기에도 좋지 않은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려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게 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주변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고,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을 없던 것과 다를게 없이 보는 이 세상에 대한 시큰둥한 우리의 반응은 어쩌면 하느님 창조 신비의 아름다움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손을 놓은 채로 그저 더 큰 재앙이 피해가기만을 바라며 비겁하게 살아야 되겠습니까? 최소한 우리는‘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각오 이상은 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신앙이 입에서만 맴돌고, 성당의 담장을 넘어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신앙이 될지도 모릅니다. 죽음의 문화가 더 퍼져나가기 전에, 아니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기 위해 우리 신앙은 더 구체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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