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신앙

가톨릭부산 2017.12.27 11:03 조회 수 : 50

호수 2468호 2017.12.31 
글쓴이 김준한 신부 
먹는 신앙

김준한 신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려 주면 당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이 말은 요리에 관한 책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의 유명한 말입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참으로 사람은 자신이 먹는 것을 통해 그 특성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이사야서 55장 첫 구절은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 와서 돈 없이 값 없이 술과 젖을 사라.”라는 말로 하느님의 마지막 초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초대에 부응하여 교회로 온 우리도 가장 원초적이고, 그래서 때론 하찮은 것으로 취급하는 먹는 것의 문제를 잘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의 신앙의 원천인 미사도 결국 최후의 만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먹는다는 것, 특히 잘 먹는다는 것은 신앙의 한 주제라고 하겠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참으로 바르고, 거룩하며, 풍요롭게 먹어야 하겠습니다. 코린토1서 11장 29절에서 바오로 사도가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라고 하신 말씀을 주님의 만찬만을 두고 하신 말씀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먹고 마시는 일은 그 행위에 합당하게 바른 먹거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을 깨끗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식사를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아무것이나 허겁지겁 그저 허기를 면하려고, 혹은 욕망을 채우려 먹어대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극히 일부 부유한 자의 여유로운 식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감물생태학습관에서 한편으로는 농사를 짓고, 또 한편으로는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피정과 연수로 되돌아보는 것도 결국 가난한 자를 포함한 모든 이의 바르고 거룩하고 풍요로운 육신과 영혼의 만찬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제 우리를 오늘도 먹여 살리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깊이 느끼기 위해 바르고 거룩하며 풍요롭게 세상과 하느님을 받아먹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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