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름달 부활 단상

가톨릭부산 2016.03.23 10:16 조회 수 : 44

호수 2375호 2016.03.27 
글쓴이 우리농 본부 

물오름달 부활 단상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달인‘시샘달(2월)’을 보내고, 뫼와 들에 물이 오르는‘물오름달(3월)’ 입니다. 이즈음 들녘은 겨우내 굳은 땅을 고르는 경운기 소리며, 본격적인 농사를 앞두고 땅심을 돋우기 위해 퇴비를 나르는 농부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들썩입니다. 또한 그 바쁜 와중에도 어린싹을 밀어 올린 향긋한 봄나물을 찾아 제방을 거닐며 취나물이며 머위(혹은‘머구’)며 쑥을 캐는 손놀림도 흥겹기만 합니다. 부지런하지 않고서야 버텨낼 재간이 없는 농촌 살림이지만 이곳은 사람을 그 가진 재능이나 재산 따위로 갈라 세우지 않는 곳이니 도시보다는 넉넉하다 하겠습니다. 아직 부엌의 부지깽이도 나와서 일손을 거들어야 할 정도로 바쁜 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느지막한 아침을 맞는 농부는 이 계절에 만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국가의 잘못된 정책이나 환경파괴에 따른 이상기후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자신의 게으름 탓으로 소중한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없다는 몸에 밴 신념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바지런함입니다. 이렇게 봄 향내 가득한 부활 시기는 풍년을 기원하는 가장 합당한 때가 됩니다. 풍년은 그래서 이슬처럼 위로부터 아래로 고이 내려앉는 것이지, 아래에서 치받고 오르는 바벨탑 같은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 들녘에 근심 걱정이 없을 순 없습니다. 이미 우리네 논밭 주인의 절반 이상은 농민이 아닙니다. 59.3%의 농부는 남의 땅을 빌어먹는 이들입니다. 국가가 제공하는 농업예산은 기껏 16%만 농민 손에 쥐어지고 나머지는 업자나 도시민에게로 흘러갑니다. 열심히 일한들 한해 농가 소득 중 농사를 지어 버는 돈은 1천만 원 안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지 벌써 20년째입니다. 하지만 그런들 어떻습니까. 우린 봄을 맞았고, 들녘엔 봄 향기가 지천인데. 부활은 그렇게 언제나처럼 위에서 선물처럼 풍성하게 내려올 것입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225 1965호 2008.11.16  약 먹을 때 돼지고기 못 먹는 이유 생명환경사목위원회(우리농본부)  355
224 2508호 2018.09.30  가장 큰 거짓말 감물생태학습관  291
223 1992호 2009.05.10  벌새 크리킨디 이야기 생명환경사목  268
222 2100호 2011.04.10  친환경 재생용지 생명환경사목  251
221 2194호 2012.12.30  오늘부터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우리농 본부  242
220 2022호 2009.11.19  장난감 살 때는 KPS 마크를 확인하세요 생명환경사목  219
219 2449호 2017.08.27  어디에나 모세의 떨기나무가! 우리농 본부  214
218 2458호 2017.10.29  감물에서 온 편지 - 불편한 동거, 생명의 창문 김준한 신부  204
217 1977호 2009.01.25  와리바시, 소독저, 나무젓가락 생명환경사목위원회(우리농본부)  197
216 2401호 2016.09.25  호배추와 GMO 우리농 본부  194
215 2138호 2011.12.18  밥이 곧 내 몸이라 우리농본부  192
214 2290호 2014.09.07  추석, 덜 익은 과일의 잔치! 우리농 본부  164
213 2393호 2016.07.31  감물에서 온 편지 - 군식구는 없다 김준한 신부  163
212 2367호 2016.01.31  감물에서 온 편지 - 미래를 위한 스펙 김준한 신부  161
211 2512호 2018.10.28  논과 밭이 사라진다면 우리농 본부  157
210 2108호 2011.06.05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생명환경사목  157
209 2062호 2010.08.15  무쇠로 만든 프라이팬 생명환경사목  150
208 2110호 2011.06.19  보리는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생명환경사목  144
207 2018호 2009.10.22  만땅, 혹은 가득 채워주세요 생명환경사목  144
206 2182호 2012.10.07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농 본부  143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