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58호 2017.10.29 
글쓴이 김준한 신부 


불편한 동거, 생명의 창문
 

김준한 신부 / 감물생태학습관 관장 jhkim7291@gmail.com
 

  멧돼지, 고라니, 개, 고양이, 개구리, 나방, 다람쥐, 청설모, 족제비 등등. 이렇게 열거된 동물은 감물생태학습관을 오르내리며 제가 도로에서 마주쳤던 동물입니다. 한적한 시골길,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산을 오르듯이 해발 300m의 감물생태학습관을 가다가 이런 동물을 도로에서 마주치게 되면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가능한 한 최대한 주의를 하지만 매번 동물을 피해 완벽하게 운전할 방법은 없습니다. 중앙선을 넘어 곡예 운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큰 동물은 주의를 기울이면 그래도 치일 확률이 줄어들지만, 작은 동물은 참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도로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동물을 죽이게 되는 일(로드킬, roadkill)은 시골 생활에서 어쩌면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분명 일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끔찍한 시골의 일상이 도시에서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더 넓은 도로와 사방팔방으로 뻗은 도로망을 생각한다면 도시에서 로드킬은 시골보다 더 흔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시는 이미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이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거되지 않은 것은 기껏해야 애완동물 정도일 겁니다. 그렇다면 원래 자연 속에서는 흔한, 그리고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동물의 움직임이 더 이상 없는 도시의 삶이 덜 끔찍한 삶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시골에서는 생명과의 불편한 동거의 증거인 로드킬로 끔찍한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기도 하지만 창조된 하느님의 질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생명의 움직임, 그 요동치는 기운을 우리가 느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감물생태학습관이 교우님들에게 드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움 중 한 가지는 바로 생명의 기운을 목격하고 하느님 안에서 그 신비를 묵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겁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225 1965호 2008.11.16  약 먹을 때 돼지고기 못 먹는 이유 생명환경사목위원회(우리농본부)  355
224 2508호 2018.09.30  가장 큰 거짓말 감물생태학습관  291
223 1992호 2009.05.10  벌새 크리킨디 이야기 생명환경사목  268
222 2100호 2011.04.10  친환경 재생용지 생명환경사목  251
221 2194호 2012.12.30  오늘부터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우리농 본부  242
220 2022호 2009.11.19  장난감 살 때는 KPS 마크를 확인하세요 생명환경사목  219
219 2449호 2017.08.27  어디에나 모세의 떨기나무가! 우리농 본부  214
» 2458호 2017.10.29  감물에서 온 편지 - 불편한 동거, 생명의 창문 김준한 신부  204
217 1977호 2009.01.25  와리바시, 소독저, 나무젓가락 생명환경사목위원회(우리농본부)  197
216 2401호 2016.09.25  호배추와 GMO 우리농 본부  194
215 2138호 2011.12.18  밥이 곧 내 몸이라 우리농본부  192
214 2290호 2014.09.07  추석, 덜 익은 과일의 잔치! 우리농 본부  164
213 2393호 2016.07.31  감물에서 온 편지 - 군식구는 없다 김준한 신부  163
212 2367호 2016.01.31  감물에서 온 편지 - 미래를 위한 스펙 김준한 신부  161
211 2512호 2018.10.28  논과 밭이 사라진다면 우리농 본부  157
210 2108호 2011.06.05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생명환경사목  157
209 2062호 2010.08.15  무쇠로 만든 프라이팬 생명환경사목  150
208 2018호 2009.10.22  만땅, 혹은 가득 채워주세요 생명환경사목  144
207 2182호 2012.10.07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농 본부  143
206 2110호 2011.06.19  보리는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생명환경사목  143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