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71호 2016.02.28 
글쓴이 우리농 본부 

농촌, 그것만으로 풍요로운 곳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낟알을 다 뜯기고 만신창이로 / 들판에 버려진 지푸라기, 그러나 / 새의 부리에 물리면 보금자리가 되고 / 농부의 손에 잡히면 새끼줄이 된다.”
‘임보’라는 시인의‘지푸라기’라는 시 전문(全文)입니다. 먼저 이 시는 시골이, 농촌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풍요롭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시골에는 노숙자가 없습니다. 오히려 빈집이 있으면 있었지 이슬 피할 공간이 없어 한뎃잠을 자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한 농촌에는 언제나 일거리가 넘쳐납니다. 일이 고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손은 언제나 부족합니다. 이 말은 곧 본인이 하고자 하면 결코 일이 없어 놀게 되는 경우가 농촌에서는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골을, 농촌을 기꺼이 찾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밀려나 농촌으로 흘러드는 것이 마치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인 양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도시에 머물고자 합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 죽지 못해 살지라도 농촌보다는 더 나으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사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그러나 모두가 도시에 살 수 없을뿐더러, 더군다나 농촌의 도움이 없이는 1주일도 버티지 못할 도시 문명이고 보면 농촌은 말 그래도 도시의 고향입니다. 물론 정부의 답답한 행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른 공산품은 물가상승에 연동되어 가격이 오르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쌀값은 조금만 올라도 그걸 낮추려고 갖은 애를 써왔고 그 덕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쌀값은 변함이 없거나 때론 더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약 7천만 평의 논을 줄이고, 일부러 수확량이 많은 쌀 품종 재배를 억제하는 우스운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고서도 쌀은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이없는 정책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농촌은 풍요롭고, 이는 생각보다 많은 이를 품고도 모자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넉넉함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 될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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