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23호 2017.0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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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우리농 본부 |
구별되지 않는 기쁨
우리농 본부(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추임새라는 말이 있습니다. 판소리나 민요, 잡가 등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이 아닌 청중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흥을 돋우는 소리입니다. 흔히들‘얼씨구’,‘좋다’,‘그렇지’ 등을 사용합니다.‘정도 이상으로 칭찬해주다’라는 뜻을 가진‘추어주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일의 성격에 따라 방식을 구분하는 오늘의 삶에는 낯선 소리입니다. 추임새는 청중도 소리꾼도 구분하지 않고 서로가 혼연일체가 되어 하나의 공동체 소리를 만들어내고 즐기게 해줍니다. 농업이 그런 추임새의 정신과 일치합니다. 농업에서는 일과 놀이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모내기나 타작 때와 같이 품앗이로 서로 어울려 일을 할 때면 노래를 부르고 추임새를 보태며 즐깁니다. 그저 일의 고됨을 잊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 속에서 놀이에서와 같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열심히 일해 놀이를 돈을 주고 사고, 일과 운동이 구분되어 일로 녹초가 된 몸으로 운동을 따로 하여 몸을 만들고자 합니다. 일, 놀이, 운동이 다 나뉘어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일은 끊임없는 족쇄가 되어 일 자체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일하지 않을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것은 이루지 못할 신기루가 되어 멀리 허공에 떠 있을 뿐입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의 주권을 노동을 통해서 행사해야 한다는 창조주의 뜻”(『노동하는 인간』 9항)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노동(일)을 기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연 인생의 행복, 우리의 구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요? 여기, 지금과는 다른 어떤 조건으로 우리를 채울 것인가요? 자연과 농업, 구태의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 낡은 가치 속에서 모든 것이 하나 되는 즐거운 삶의 방식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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