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물에서 온 편지 - 겨울 단상

가톨릭부산 2017.01.25 10:15 조회 수 : 79

호수 2419호 2017.01.29 
글쓴이 김준한 신부 

겨울 단상

김준한 신부 / 감물생태학습관 관장 jhkim7291@gmail.com

  도시에서는 1월 1일부터 새해를 시작하지만, 농촌에서는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풀려야 새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인위적인 태양력에 맞추고서는 자연의 리듬을 감지하기 힘들다는 아쉬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겨울의 한가운데인 이 1월, 절기로 매서운 북풍한설을 품고 있는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서 그저 춥기만 하고, 그래서 모든 생명 활동이 정지된 때는 아닙니다. 아침이면 온천지를 하얗게 장식하는 서리가 내린 이 감물생태학습관 밭에서는 아직도 마늘, 양파, 대파, 쪽파, 가을 상추, 겨울초, 밀, 민트에다가 봄동 할 배추가 자라고 있고, 논에는 미나리와 보리가 이 계절에도 숨 쉬고 자라고 있습니다. 매서운 추위에도‘불구하고’생존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매서운 추위‘덕분에’속이 채워지고 맛이 있어지는 겁니다. 이제는 경상도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어진 눈이 겨울이면 몇 차례 감물생태학습관을 찾아옵니다. 그럴 때쯤이면 냉해를 방지하기 위해 눈을 녹인 물에 볍씨를 담그기도 합니다. 한 해 매서운 추위에도 더욱더 튼튼하게 자라라는 뜻입니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모든 피조물은 그것이 더위가 되었든 추위가 되었든 직접 경험하여 몸에 새기지 않고서는 자연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물론 오늘날 인터넷 상에는 요긴한 정보가 넘쳐납니다. 그러나 그 정보가 삶의 실체는 아닙니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뒤늦게 문제에 맞닥뜨리고 나면 판판이 나가떨어지는 이유는 실체 없는 정보를 과신한 탓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자연을 알기 위해 무조건 귀농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족하나마 우리가 수시로 이 자연을 찾을 때 우리가 잊었던 인간의 자연적 본성을 처음에는 어렴풋이, 나중에는 서서히 머리보다 몸이 먼저 느끼고 편안해짐을 체험하게 됩니다. 대단한 결심이나 신념 없이 자연스럽게 자연을, 또 그 자연을 신앙 안에서 풀어보고자 하는 감물생태학습관을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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