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한 안식

가톨릭부산 2017.01.18 10:58 조회 수 : 33

호수 2418호 2017.01.22 
글쓴이 우리농 본부 

생명을 위한 안식

우리농 본부(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부득이한 일이었는지 몰라도 슬픈 현실인 것은 사실입니다. 세간에 떠도는 말을 시쳇말(時體-)이라고 했던가요. 허나 이번 사태를 보고도‘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시쳇말을 도저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작년 11월 16일에 발생하여 올해 1월 2일 현재만으로도 달걀을 낳는 닭, 곧 산란계만도 2천2백만 마리가 살처분되었습니다. 죽음의 웅덩이로 끌려가는지도 모르고 사람의 뒤를 따라 아장아장 걸어가는 닭을 현행‘동물보호법’‘가축전염병예방법’, 그리고‘AI 방역 지침’등에 따라 CO2 가스 등을 이용하여 고통 없이 안락사(安樂死)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지막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고통을 서서히 느껴야 하는 생매장 방식의 살처분을 강행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조류 인플루엔자, Avian influenza) 발생원인을 철새에게서 찾든, 공장식 사육방식에서 찾든 지금처럼 달걀을 과잉 소비하는 문화는 본의 아닌 반생명적 시스템을 반복하게 합니다. AI 발생 전 하루 평균 4천3백만 개에 달하던 달걀 생산량은 조류독감 발생 이후 30% 감소한 3천만 개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곧 닭은 달걀을 낳는 것이 아니라 공산품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생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고도 모자라는 달걀은 항공기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미국에서 수입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되고 있습니다. 과연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창조하시며“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 21. 25)라고 하신 하느님은 이 사태를 보고 무엇이라고 하실지 궁금합니다.“너희는 엿새 동안 일을 하고, 이렛날에는 쉬어야 한다. 이는 너희 소나 나귀가 쉬고, 너희 여종의 아들과 이방인이 숨을 돌리게 하려는 것이다.”(탈출 23, 12)라고 하신 주님 말씀처럼 과잉 소비문화에 젖은 이 시스템에서 벗어나 생명을 존중하는 지속가능한 세상이 되도록 동물에도, 우리 몸에도 안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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