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와 성혈 대축일(22년 다해)
(2022.6.19,10:30,무거 성당)
우리는 지난 시간 부활과 승천 대축일 그리고 성령 강림과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먼저 우리 구원을 위해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이 우리의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아드님임을 고백했고, 또 우리에게 보호자로 보내주신 성령을 통해서 우리는 교회 안에서 하느님과 예수님의 구원사업을 완성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삼위일체 대축일은 성부와 성자 그리고 성령 하느님이 같은 한 하느님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늘 우리와 함께 계심을 묵상하고 고백했습니다. 오늘은 ‘성체와 성혈 대축일’입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심으로써 더 이상 우리 곁에 계시지 않은 예수 그리스도를 성체와 성혈 안에서 현존해 계심을 묵상하고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두 독서와 복음말씀들은 모두 성체성사와 관련된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1독서인 창세기 말씀은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 온 아브람에게 살렘의 임금이자 사제인 멜키체덱이 빵과 포도주를 바치며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는 내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 안에서 대사제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기 위해 자신의 몸과 피를 바치시는 성체성사의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2독서인 코린토 전서 말씀은 바로 예수님의 최후만찬 때 빵과 포도주를 통해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는 성체성사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루카복음 말씀은 예수께서 빵을 많게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떼어... 나누는 주는” 기적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죄인들을 위해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명까지 내어주신 성체성사의 표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오늘날 미사형태는 예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에 제자들과 함께 거행한 최후만찬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최후만찬 사건은 신약성경에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마르코(14,22-25),마태오(26,26-29),루카(22,19-20) 세 공관복음과 오늘 2독서인 코린토 전서 11장 23절에서 16절의 말씀들입니다. 오늘날 미사에서 성찬 전례 문구는 바로 이 성경의 말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사 전례의 기본 형식은 크게 두 가지로 말씀전례와 성찬전례이지만, 이런 형태는 2세기 초 무렵부터 정착되었고, 그 이전 초기 교회는 최후만찬의 형태인 성찬예식만 있었습니다.
오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을 맞이해서, 우리는 사제가 미사 때 마다 빵과 포도주를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하게 하는 성찬 전례의 말씀의 의미를 깊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미사 때 우리들이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사제의 인격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께서 사제를 통해서 직접 우리들과 함께 최후만찬을 신비롭게 재현하신다는 사실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조그마한 빵과 포도주는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내어주시는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됩니다. 이 몸과 피는 당신의 인격전체와 생명 그리고 당신 자신의 모든 것이며, 우리를 대신해 속죄하시고 구원하시기 위한 당신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예수님께서는 당신 말씀 그대로 그 다음날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사 성찬 전례에서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상에서 죽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당신 모든 것을 바치고 죽으셨습니다. 그 분은 완전히 죽으셨기 때문에 성부 하느님에 의해 온전히 부활하실 수 있었습니다.이런 의미에서 예수님의 죽음은 부활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없었다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도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사 때마다 우리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희생적 죽으심을 계속 ‘기억하여 행하는 것’입니다.(‘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기억하여 행함’이란 단순히 과거의 일을 머리로 회상하거나 형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희생적 수난과 죽음의 삶을 미사 때 예수님의 현존과 함께 성체성사를 통해 실제 재현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주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신 우리 자신이 예수님의 희생적 십자가의 삶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기억하여 행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나이다"라고 진심으로 고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체 안에는 세상과 인간을 사랑하시는 놀라운 주님의 계획이 담겨져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오병이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이야기에서 다양한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빵을 나누어 먹음으로 예수님과 하나된 새로운 공동체가 된 것처럼, 같은 성체를 나누어 모심으로 갈라진 사람과 사람을 한 몸으로 일치시키는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주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 예수님과 영적으로 하나가 되기 때문이고, 같은 성체를 받아 모신 이웃 형제자매와도 하나 되는 영적인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성체성사를 통한 사랑의 신비입니다.
오늘 견진을 받게 되실 52분은 견진성사를 통한 성령의 은혜로 하느님의 사랑이 여러분의 마음에 가득 넘칠 것입니다. 진지한 마음으로 예식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오늘 특별히 성체성사를 통한 미사의 의미를 마음 깊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미사참례를 통해 교회의 공동체와 더욱 가까워지고, 더욱 완전한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마에 십자가의 인장이 새겨질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분이 앞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영원한 생명의 의미를 여러분이 깨닫고 실천함으로 먼저 여러분의 삶이 행복해지고, 그 행복이 이웃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성체와 성혈 대축일을 맞아 무거 공동체의 모든 분들이 성체성사와 미사의 참된 의미를 다시 마음속에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성체를 통해서 현존해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 삶을 위로해주시고 격려해주시고 힘을 주십니다.
영원한 생명의 빵으로 우리에게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