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성탄 밤 미사
(2021.12.24.,병영순교성당,19:30)
오늘 복음말씀은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1독서 말씀처럼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보게 된 것.”(이사야서 9,1)이고, 2독서 말씀처럼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난 것”(티토서 2,11)입니다. 특별히 오늘 성탄 밤 미사의 복음말씀은 우리에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말씀처럼,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아기 예수님의 모습은 세속적으로 부유하거나 힘이 있는 환경에 속한 그런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 호적 등록을 하러갔다가 갑자기 해산날이 되어 급하게 방을 찾았지만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루카2,7)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님을 낳을 수밖에 없었고, 구유에 아기를 뉘었습니다. 구유는 동물의 밥통이고, 요즘 우리식의 표현으로 큰 개밥통입니다. 아기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나 개밥통에 눕혀졌습니다. 아오스딩 성인은 밥통에 눕혀진 아기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참된 빵, 참된 밥으로서 우리 인간이 인간으로 최소한 존재하기 위한 필요한 참된 양식으로 드러내셨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인간의 참된 양식, 참된 밥이 되시기 위해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것도 어느 특정 부류만의 양식이 아니라, 모든 사람, 특별히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하고 아프고 병든 사람과 죄인들까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참된 양식, 참된 영혼의 양식이 되시기 위해 우리에게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이는 천사들 외에 양떼를 지키는 가난한 목자들뿐 이었습니다. 이 엄청난 사건의 증언자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양들을 지키는 가난한 목자들이었습니다.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성안에 사람들보다 성 밖에서 밤새 일을 하는 가난한 목자들이 이 사건의 첫 증인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단순히 가난한 목자들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순박한 영혼을 가진 가난한 목자들이기에 첫 증인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아기 예수님의 모습과 그 엄청난 사건의 증언자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의 기준과 다릅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다릅니다.
오늘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 복음말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묵상케 합니다. 도대체 참된 그리스도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인지를 진지하고 소박하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겸손한 모습, 모든 사람들의 밥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처럼, 그리고 이 예수님의 모습을 처음 목격한 증인이 가난하고 순박한 영혼을 가진 목자인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도 그러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기준과는 뭔가 달라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뭔가 다르기 위해서 의식하면서 또 그것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성탄절은 복음말씀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새로운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날, 그래서 더욱 기쁘고 즐거운 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곧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옵니다. 올 한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새해는 주님의 축복 속에서 더욱 영육 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