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2021년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폐막미사

(2021.11.27.,11:00, 병영성지성당)

 

우리는 2021년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작년 1129일 대림 제1부터 시작된 희년이 새로운 대림 제1주일 전날인 오늘 마치게 됩니다. 이번 희년은 한국 교회의 소중한 유산인 순교 영성, 말하자면 우리 순교자들이 온 삶을 바쳐 지킨 신앙을 오늘날 우리가 다시 되새기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희년의 주제를 김대건 신부님께서 옥중 취조 때 받았던 질문인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로 삼았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희년의 주제가 이 시대의 우리 신앙인 각자에게도 진지하게 묻는 질문이라는 사실입니다. “베드로 당신은 천주교인이오?” “마리아 당신은 천주교인이오?” 이 질문에 지금 우리는 과연 떳떳하고 당당하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우리 신앙 선조들은 당시 엄혹한 박해의 시대에서 죽음으로 하느님을 증거하셨습니다. 그분들은 가장 중요한 자신의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나는 천주교인임을 증거한 것입니다. 그분들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말씀처럼 예수님의 계명을 지켜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물렀고...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목숨을 내 놓았던(요한 15,10.13)분들입니다. 짧은 역사의 한국교회는 바로 이러한 순교정신이 그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2세기 테르툴리아누스 성인께서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희년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성찰해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 자신들의 신앙과 신앙생활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말씀처럼 우리가 하느님과 예수님의 사랑에 머물러 그 사랑을 체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을 체험하고 있다면 얼마나 그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지?’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나는 천주교입니다하고 증거할 수 있는 모습은 바로 우리들 각자가 하느님과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신앙과 그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생활의 모습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든 없든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물질이 최고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들은 물질을 행복한 삶을 위한 첫째 순위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에 있어 신자와 비신자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연히 현실적인 우리 삶에 물질들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느님보다 물질들이 더 중요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께서도 이 세상 삶에 있어 물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기에, 우리에게 단순히 모든 물질, 세상의 것을 포기하라고 요구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눈과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의 것, 물질들을 새롭게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잠시 놓아야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놓지 않으려고 하니 우리는 결코 새로운 것을 볼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눈과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면, 다시 말해 신앙으로 우리 자신의 삶의 중심을 딱 잡고 이 세상의 것, 물질들을 찬찬히 다시 보게 되면 우리는 결코 그것들에 맹목적으로 끌려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우리가 이 세상의 것, 물질에 대해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식별하면서 적절히 통제하고 잘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하지만 우리 삶이 하느님이 아닌 물질이 최우선되는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결코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한1서에 이런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없습니다.”(요한12,15)

 

그러나 오늘복음에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하느님과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이웃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한 1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요한14,19)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보이지 않은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요한14,20) 하느님과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나 이외의 다른 사람, 이웃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생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물질이 최고가 되는 이 세상에 내가 천주교인 임을 증거할 수 있는 삶은 물질보다 더 하느님이 중심이 되는 삶,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신앙과 그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신앙생활의 삶입니다. 당연히 이런 삶은 말로는 쉽지만 실행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실천의 삶이 오늘날 새로운 의미의 순교영성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김대건 신부님 희년 폐막미사를 지내면서 내가 참된 천주교인가?’를 다시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들이 신앙생활을 통해서 우리 삶이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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