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옥동 견진성사

(2021.9.19.11:00)

오늘 견진성사를 받는 분들은 이미 세례성사를 받았습니다. 몇 년 전에 세례성사를 받은 분도 있고, 아주 오래전에 받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여러분들은 세례성사 때 여러분의 이마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물을 붓는 예식을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습니다. 여러분은 그 세례성사를 통해 원죄를 포함한 모든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본당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악의 유혹을 끊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계명을 지키며 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잘 생각해보십시오. 과연 여러분들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계명을 지키며 살았습니까? 아마도 그렇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없겠지요? 오늘 견진성사를 준비하면서 우리 스스로 곰곰이 성찰해보십시다. 지금 여러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며, 여러분의 삶의 방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무엇입니까? 과연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성령의 이끄심이 여러분의 삶에 조금이라도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아니면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성령의 이끄심이 여러분의 삶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습니까? 그래서 여전히 악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만일 여러분 스스로 생각에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성령의 이끄심이 여러분의 삶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면, 오늘 견진성사를 준비하면서 하느님 앞에 솔직히 고백하십시오. 그리고 하느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청하십시오. 하느님께서 견진성사를 통해 여러분을 위로하시며 격려해주시고 힘을 주실 것입니다. 특별히 성령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깊이 자리 잡으셔서 여러분이 하느님과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비롯하여 103위 순교성인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우리 한국 그리스도교의 시작은 이승훈 선생이 중국북경에서 처음으로 세례를 받고 온 1784년입니다. 이승훈 선생이 세례를 받기 전부터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모여서 당시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민하고 공부했습니다. 그 공부는 다름 아닌 서양에서 건너 온 학문인 서학이며 그 중에는 천주교와 관련된 책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천주교의 사상을 공부하고 더 나아가 신앙을 접하면서 당시 우리사회문제를 고민했던 최초의 신자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약용 정약전 등 정약용의 가족들과 권철신, 권일신, 이벽 선생 등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양반들뿐 아니라 평민들까지도 천주교가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조선 정부의 통치이념은 성리학 중심의 유교 사상이었기에 새로운 사상과 종교를 수용하지 못하고 배척하고 박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790년대부터 1870년까지 수많은 크고 작은 박해로 인해 약 만 명이상 천주교인들이 순교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순교성인들이 바로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103위 순교성인들이십니다.

순교자들은 누구보다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의 가르침에 충실했던 사람들입니다. 원래 순교란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쳐 죽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시대에 새로운 의미의 순교란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증거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순교는 하느님 자녀로서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어떤 형태의 삶을 살든지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양심대로 살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오늘 견진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서 충실하게 살아가야 할 여러분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의미의 순교의 삶을 살아야할 책임이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이제 곧 세례성사 때 한 서약을 다시 함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 충실하게 살 것을 다시 약속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성령의 특별한 은총을 받고, 이마에 기름을 바르며 십자가를 새기는 예식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여러분의 마음에 가득 넘치게 되어, 더욱 완전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교회의 공동체와의 일치를 통해 더욱 완전한 교회의 구성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여러분의 삶이 더 의미 있고 행복해져 그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마에 십자가 인호가 새겨짐으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증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통한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깊이 깨닫고 실천함으로 여러분이 간직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져야 할 것입니다.

오늘 견진성사를 받는 특별한 날, 지금 우리에게 찾아오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령의 이끄심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성령께서 여러분 안에 머무셔서 여러분의 삶을 일으켜 세우시고, 여러분이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충실한 신앙인으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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