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 없어지지 않은 생명의 빵임을 깨달을 수 있을 때 참된 기적인 것입니다.
연중18주일 월요일 미사
(2021.8.2.11:00, 병영순교성지성당)
십4-5년 전 신학교 교수시절 어떤 계기로 교구의 시각장애자분들을 위한 주일미사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매주일 시각장애자분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교우들을 만났는데, 어떤 분들은 시각 장애인들을 자기차로 집에까지 가서 태워오고 태워가는 차량 봉사와 함께 성당안내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고, 어떤 분들은 매주 미사 후 점심식사를 나누기 위해서 일찍 시장에 들러 재료들을 사서 점심을 만들어 제공하고 설거지까지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한 일 년 미사 봉사를 하면서 많은 교우 분들이 참 열심히 살고 계시구나하고 느꼈습니다. 봉사자 중에 한분의 직업은 장거리 컨테이너 운전기사였는데, 평일에 종일 장거리 운전을 하고, 하루 쉬는 주일에는 종일 봉사하는 삶을 통해 자기 신앙심이 더 깊어지는 것을 체험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형제를 중심으로 주방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뭉쳐서 부산역에 있는 노숙자들을 위한 음식나누기 봉사도 해보고 싶다면서 기도해달라고 했습니다. 주일에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토요일은 노숙자들을 위해 봉사하면 힘들지 않겠습니까하니 힘닿는데 까지 해보겠다고 했고, 그 분들 일부는 지금까지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교구에서 건물을 매입해줘서 좀 안정되게 노숙자들에게 무료음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단체를 결성할 때 저에게 단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해서 제가 지어 준 이름은 마태복음5장의 진복팔단 중 한 부분인“행복하여라,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는 내용 중에서 ‘마음이 가난함’을 한자로 옮긴‘신빈’(神貧)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참으로 행복하고,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내 삶의 상태가 어떻든지 오직 주님이 내 삶의 중심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이 가난한 삶을 사셨듯이 이 세상의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며 사는 삶은 복음적 가난의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이 가난함은 청빈 곧 ‘맑은 가난’으로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이 세상 것에 대해 초연할 수 있는 순수함을 간직한 가난입니다. 이렇듯 가난한 사람을 봉사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스스로 이런 복음의 가난, 곧 ‘마음이 가난함’의 삶을 추구하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봉사를 통해 내적 기쁨을 가질 수 있고,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행복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신빈’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오병이어, 곧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이야기입니다. 이것이 기적인 것은 하느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을 먹이고도 남은 것들을 모으니 열 두 광주리에 가득 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적은 복음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현실에서도 있습니다. 제가 방금 예를 들은 신빈이라는 봉사단체처럼 봉사자들이 바쁜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가르침인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매주 모여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음식을 봉사하면서 봉사자 스스로도 영적으로 성장하고 내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기적입니다.
기적은 우리 주변에 늘 있고, 언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병영순교성지 성당에서 미사하면서 느낀 하느님의 말씀을 생활에서 구체적 실천하고, 그 실천을 통해서 누군가가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나 스스로도 영적으로 성숙해져 가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도 작은 기적입니다. 그리고 대리구에서 작년 1월부터 실천하는 빛.소금 의료지원 운동을 통해서 많은 신자들의 후원으로 울산지역에 거주하는 수백 명의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가 의료혜택을 받아 죽다가 살아나고, 치료 못 받아 일도 못하다가 치료받고 일하게 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기적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일상에서 당신의 능력과 사랑을 드러내 보여 주시는 모든 손길은 다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통해 하느님의 힘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기적입니다. 어제 주일복음인 요한복음 6장의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따라 온 많은 군중이 ‘썩어 없어질 양식’과 이 세상의 것만을 얻기 위해서 예수님의 오병이어를 보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참된 기적이 아닙니다. 모세를 통해 하늘에서 내려진 만나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인 것처럼, 예수님의 보리빵 다섯 개로 배불리 먹이신 것이 썩어 없어지지 않은 생명의 빵임을 깨달을 수 있을 때 참된 기적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미사 때마다 모시는 빵 한 조각인 성체가 바로 생명의 빵이며, 우리는 당신의 살을 먹음으로서 당신과 하나가 되고, 죄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기에 기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기적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 자세가 중요한 것입니다. 다름 아닌 ‘마음이 가난한’(신빈) 자세입니다. 오직 ‘주님이 내 삶의 중심이라는 것’을 간직하기 위해서 이죠. ‘마음이 가난함’을 유지해야 우리는 우리의 일상에서 여러 기적, 하느님의 힘과 사랑을 드러내는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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