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한국성직자들의 수호자 성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축일

(2021.7.5. 11:00 병영성지성당)

 

전통적인 의미에서 순교란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고 고통의 길과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테르툴리아누스 성인은 순교자의 피가 그리스도교의 씨앗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2000년 전 초기 그리스도교가 시작할 때는 그리스도교를 박해시대로서 순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전까지 몇 백 년 동안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자체가 순교의 후보자가 되는 것을 의미했던 것입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시작도 마찬가지입니다. 1784년부터 시작된 한국천주 교회의 역사는 박해로 인한 순교의 역사였습니다. 당시 우리 조선의 통치사상과 정세는 천주교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기 약 100년간의 박해시기에 수없이 많은 교우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순교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200여년의 짧은 역사임에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은 바로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순교의 정신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김대건 신부님은 바로 한국천주교회의 순교자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신 분, 첫 한국 사제이십니다. 1846년 김대건신부님이 순교는 이미 60여 년 전부터 내려온 신앙 선조 순교의 정신이 때문이고, 그 순교의 정신이 삶으로 실천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김대건 신부님의 집안은 순교자의 집안입니다. 증조부인 김진후 비오, 작은 종조부 김종한 안드레아도 순교하신 복자이시고, 부친 김제준 이냐시오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하셔서 성인이 되신 분입니다.(대전교구에 김신부의 방계후손 김신부의 말에 의하면 집안전체에 14위 순교자가 있다) 김신부님은 183616살 나이로 두 분(최양업,최방제)과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함께 마카오로 가 거기서 10년간 낯설고 힘든 환경에서 신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유학 생활 도중 부친이 박해로 순교하셨고, 모친은 의탁할 곳 없이 홀로 비참한 처지에 계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런 부모님의 처지를 생각하면 김신부님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신부님은 458월에 상해 금가항 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당시 고국은 박해가 아주 심한 상황이었고, 입국하면 잡혀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너무나 잘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국으로 가야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이미 1842년 귀국을 준비하면서 중국 요동에서 은사 신부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 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매스트르 신부님과 저는 조선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계획이 무모하고 극히 위험한 일이라고 단언하면서 우리의 계획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이것을 계획하고 있으니 만큼, 조선에 들어갈 가능성만 있다면 무슨 위험인들 마다하겠습니까?”(네 번째 편지)

 

이런 위험한 상황에도 김대건 신부님이 귀국을 결정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은 당시 조선교회의 곤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바로 그들을 위해 사제가 된 자신의 소명임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1845817일 상해 금가항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고, 한 달 반 후 928일에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신부와 함께 제주도에 도착합니다. 그 후 서해 쪽으로 선교사 입국을 위한 입국 길을 개척하다가 4665일 서해 순위도에서 체포됩니다. 사제생활 만9개월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로 이송되고, 그해 916일 새남터에서 참수로 순교하셨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처럼 김대건신부님은 엄혹한 박해시절에 예수님에 대한 신앙을 증거하고 증언하다가 체포되었고,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도 배교하지 않고 용감하게 순교하셨습니다.

 

오늘 순교자 김대건신부님의 축일을 맞이해서 우리가 깊이 묵상해야 할 것은 오늘날 우리가 실천해야하는 순교의 정신, 순교의 영성의 삶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증거하고 증언한다고 잡혀가거나 죽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박해상황입니다만(중국상해). 오늘날 우리가 실천해야 할 순교의 정신, 순교의 영성의 삶은 실제 생활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른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 생활에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비그리스도인의 삶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개인의 교통질서에서부터 가정과 일터 그리고 사회생활까지 지켜야 할 법규준수는 물론이거나, 더 나아가 양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느냐를 보면 신자와 비신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은 신앙과 생활이 분리된 신앙뿐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대부분 그리스도인들이성당 안에서만 유효한 신앙의 엉터리 신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도하고 미사하고 또 잘못을 뉘우치며 고백성사를 보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건강하게 해주세요! 우리 자녀들 성공하게 해주세요! 하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보채듯이 하느님께 자꾸 뭔가 요구만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철이 좀 들면 엄마한테 한 이런 행동이 좀 부끄럽듯이, 우리의 신앙도 좀 성숙하면 하느님께 그렇게 요구만 하지 않죠. 오히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면서, 우리가 배우고 우리가 체험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맞는 삶을 살려고 애를 쓰는 것입니다. 성당 안에서만이 아닌 실제생활에서 똑같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당연히 이런 신앙생활은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윤리적이고 양심적인 삶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실제 이런 삶은 결코 쉬운 삶이 아닙니다. 내가 손해보고 피해보는 삶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순교정신, 순교영성의 삶이란 일상생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른 삶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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