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언양성당 견진성사

나해 연중 11주일

(2021.6.13.11:00,언양성당)

 

존경하는 언양 교우 여러분!

 

오늘은 언양 성당의 19분의 교우들이 견진성사를 받는 특별한 날입니다. 오늘 견진성사를 받게 되는 이 분들이 이 언양의 신앙공동체에서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대부대모는 물론, 모든 교우들께서 만날 때마다 격려해주시고 관심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지만 아주 큰 것으로 자라는 하느님의 나라에 관한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1독서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은 하느님께서 유배지에 고통 받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향한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말라비틀어진 향백나무(이스라엘 민족)에서 작은 새순(작은 새싹)을 따서 새로운 땅에 심어 온갖 날짐승이 깃들이는 큰 나무로 만드시겠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하느님께서 큰 나라 바빌론에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처지를 보시고, 지금은 마치 곧 죽어가는 나무처럼 보이나 당신께서 그 죽어가는 나무에서 새순을 따서 다른 곳(예루살렘)에 옮겨 심으시면 다시 큰 나무로 살아날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죽어가는 당신의 백성을 다시 살리시겠다는 말씀입니다.

 

복음은 하느님의 나라를 두 가지 씨앗, 말하자면 저절로 자라는 씨와 겨자씨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땅에 심어진 씨는 아주 작은 것이지만 자라고 자라면 아주 큰 무엇이 된다고 하십니다. 겨자씨는 우리 좁쌀보다 더 작은 씨앗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라면 3-4미터 큰 나무가 되듯이 하느님의 나라도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시작하시는 일은 처음에는 씨앗처럼 작아 보이지만 그 말씀에 충실하며 노력할 때 그 결과는 큰 나무처럼 성장한다는 말씀입니다.

 

분명히 오늘 1독서와 복음말씀은 부족한 믿음을 가진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쪼그마한 것이 언젠가는 무지하게 큰 것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해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누구나 주님 보시기에 한없이 부족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주십니다. ‘나의 도움 없이는 너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나와 함께 다시 시작하자고 말입니다. 이렇게 주님의 용기를 얻어 다시 시작하려는 우리에게 사도 바오로께서 제 2독서를 통해 격려를 보태주십니다.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 마음에 들고자 애를 씁니다.” 이렇듯 믿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주님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자세로 살아갈 때 우리 자신과 우리 공동체에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19275월 송대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된 언양성당은 초대 본당신부로 보드뱅 신부님이 부임하시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7년 뒤 2027년은 성당창립 100주년이 됩니다. 한국천주교회에서 성당역사100년 된 곳이 그리 많지 않고, 더군다나 성당건립 당시 건물이 처음처럼 보존된 채 100주년을 맞이한 성당은 전국에서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그 만큼 이 언양성당 건물은 소중합니다. 이 건물은 보드뱅 신부님이 설계하고 중국인 기술자와 신자들의 노동 봉사로 361025일에 완공되어 축성되었습니다. 건물 역사만으로 보면 85년이나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언양 본당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된 언양 지역의 신앙의 역사입니다. 언양 지역의 신앙의 역사는 한국천주교교회의 역사와 같습니다. 236-7년이나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공식적인 한국천주교의 역사는 이승훈 선생이 북경에 가서 세례를 받은 1784년부터 시작됩니다. 그 이듬해인 1785년 오늘날 명동성당자리인 명례방에서 종교집회를 하다가 발각되어 잡혀가는 을사추조적발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집 주인인 김범우 선생이 혹형을 받고 귀양 온 곳이 바로 밀양 단장,언양의 이웃 동네입니다. 신앙 때문에 귀양 온 김범우 선생은 서울과 연락을 계속 연락을 취했을 것이고 옆 동네인 이곳까지 신앙이 전해졌을 것입니다. 이 내용은 30년 전 언양 신앙전례 200년사에 기록되었습니다. 그 후 역사학자에 의해서, 김범우 집안족보 연구를 통해 김범우의 후손들이 이 단장 근처에 살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또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언양 길천에 살았던 창녕 성씨 가문의 성처인과 7촌 성진탁과 그 아들 성철규 이 분들이 신앙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성처인은 황사영사건에 연루되어 1801년 신유박해 때 투옥되어 병사했고, 성진탁과 아들 성철규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천주교인으로 잡혀서 돌아가신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언양사람 오한우와 그의 매제 김교회 선생이 일찍부터 신앙을 받아들였습니다. 구전에 의하면 오한우 선생은 1801년 신유박해 때 돌아가셨다고 전해졌습니다. 알다시피 작년 615일 반천리 고무재에 있는 오한우 선생의 묘를 발굴했습니다. 이 분이 1801년 박해 때 돌아가셨다면 200년이 넘었으니 과연 유해가 남아있을까 염려하면서 발굴했습니다. 발굴 결과 두개골부터 정강이뼈까지 많은 유해들이 발굴되었고, 이중에서 치아 일부를 발굴 현장에 있던 부산대학 법의학 교수에게 연대측정을 의뢰했고 “ 1801+- 4말하자면 1801년 박해시점에 돌아가셨다는 과학적인 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성씨 형제와 오한우 이 분들은 인척이 있는 서울을 왕래하면서 신앙을 접하게 되었고, 언양분들에게도 신앙을 전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언양의 신앙의 역사는 1785년 귀양 온 김범우 선생을 통해서 전해진 것뿐 아니라, 동시에 1801년 박해로 돌아가셨지만 그 이전부터 신앙생활을 한 언양 사람들인 성씨형제들과 오한우와 김교회에 의해서도 신앙이 전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언양 지역은 이 분들에 의해서 이미 1784년 이후부터 신앙이 전해진 것입니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박해를 피해 전국에 흩어져 숨을 곳을 찾던 교우들 일부가 언양지역으로 피신해 살게 되었습니다. 부산.경남지역의 첫 공소인 간월공소부터 시작해서 탑곡공소, 대재(죽림굴)공소, 살티 공소 등이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1815년 을해박해와 1839년 기해박해를 거치면서 충청도와 영남각지에서 피신한 사람들도 이곳으로 찾아왔습니다. 이 공소들은 당시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신부님과 주교님이 방문하셨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최양업 신부님은 정기적으로 방문하셔서 미사와 고백성사를 주시기도 했습니다. 1860년 경신박해와 1868년 병인박해 때는 이들 공소에 숨어 지낸 많은 교우들이 다른 곳으로 피신하기도 했으나, 일부는 체포되어 잡혀가서 고문당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중에서 3분의 복자 허인백(야고보),이양등(루카),김종륜(베드로) 선생은 1869년 병인박해 때 대재공소에서 체포되어 울산장대에서 처형되셨습니다.

 

이처럼 언양성당을 중심으로 한 언양은 한국천주교회사에서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이곳은 한국천주교회역사의 모든 의미들이 살아서 숨 쉬는 곳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처럼 이 언양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 충실하게 사셨던 분들, 박해 속에서도 오직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신앙을 보존하고 또 전하기 위해 애쓴 모든 분들의 삶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신앙의 뿌리가 깊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 언양에서 심어지고 자란 하느님 나라의 나무 새순과 씨앗은 다른 곳, 울산과 경주 그리고 경남과 부산전체에 옮겨져 심어져서 새로운 큰 나무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주님 앞에서 지금 우리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성찰하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언양의 나무가 236-7년이나 된 큰 나무로 성장했지만. 지금 하느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건강한 나무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새순과 씨앗들을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을 만큼 이 나무가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까? 우리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200년의 역사는 대단해보이지만, 하느님 앞에서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느님 앞에는 여전히 어린 나무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는 230년이 넘은 역사의 나무라고 해서 성장이 멈추어서는 안 되고, 계속 성장하고 또 성장하기를 바라십니다. 아직 더 성장하고 또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언양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주님 앞에서 겸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서로 격려하고 위로할 때, 또 서로 사랑하고 봉사할 때 이 신앙의 공동체는 더욱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더 크고 더 튼튼한 나무로 계속 성장할 수 있고, 또 새순이 필요한 곳에 새로운 생명을 계속 전해줄 수 있습니다. 오늘 성령을 통해서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주님께서 우리 언양의 신앙공동체에 간절히 원하시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 견진성사를 받는 19분교우 여러분에게 견진성사의 의미를 간략히 설명해드립니다. 이미 견진을 받은 분들도 견진 받았을 때를 생각하면서 견진 성사의 의미를 다시 기억해보시기 바랍니다.

 

오순절에 사도들이 세례 받은 신자들에게 안수하자 성령께서 내려오신 것처럼,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 혹은 주교를 대신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합법적으로 세워진 신부를 통해서 이미 세례로 새로 난 여러분들이 성령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여러분의 마음에 가득 넘치게 되어, 더욱 완전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교회의 공동체와의 일치를 통해 더욱 완전한 교회의 구성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여러분의 삶이 더 의미 있고 행복해져 그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세례를 받았지만, 여러분은 이제 이마에 십자가의 인장이 새겨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증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통한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깊이 깨닫고 실천함으로 여러분이 간직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견진성사의 의미를 간직하면서 견진성사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교우여러분! 7년 뒤 2027년 언양 성당 창립 100주년이 됩니다. 여러분들이 할 일이 많습니다. 본당주임신부님과 부주임 신부님 그리고 모든 사목위원들을 중심으로 모든 교우들이 합심하여 100주년을 잘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언양 공동체가 내적으로 더욱 성장하고 외적으로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변화되어, 하느님이 보시기에 더 성장하고 더 생명력이 넘치는 나무가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 견진성사의 날 에 성령으로 우리에게 찾아오신 주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시면서 우리가 힘든 삶 속에서도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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