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지금 우리에게 순교의 삶은 예수님말씀처럼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삶입니다.

 

김대건 신부님 유해안치 예식 미사

(2020.7.6. 11:00 병영성지성당)

찬미예수님 !

지난 615일 저와 대리구 몇 분 신부님들, 교구의 교회사 전공 신부님들과 교우대표들과 또 치대교수님들과 함께 울산과학기술원(UNIST) 뒷산에 있던 오한우 선생의 묘를 발굴한 적이 있습니다. 오한우 선생은 집안의 구전에 의하면 언양 출신으로 1760년경에 태어나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순교의 사실은 구전만으로는 증명이 부족하고, 직접적인 문헌이나, 묘가 있다면 묘의 발굴을 통한 유해를 가지고 법의학적으로 죽은 연대 등 여러 가지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증명해야하고, 최종적으로 이 모두를 교회의 전문기구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 교회 안에서 한 분의 순교자가 탄생하기까지는 아주 복잡하고 길고 어려운 증명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약 2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분의 묘를 발굴하는 현장에 있으면서 아주 특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분이 정말 순교하셨다면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확실한 그 분의 신앙과 간절하고 절실한 그분의 마음과 정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제 마음으로 전해오는 어떤 특별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1784년부터 시작된 한국천주 교회의 역사는 박해로 인한 순교의 역사였습니다. 초기 약 100년간의 박해시기에 수없이 많은 교우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순교했습니다. 순교란 하느님을 증명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고 고통의 길과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가 짧은 시간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은 바로 우리 신앙선조들이 가졌던 강한 순교의 정신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와 교인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순교의 정신, 순교의 얼이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유해를 모시는 김대건 신부님은 바로 한국천주교회의 순교자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고 상징이 되신 분, 첫 한국 사제이신 분이십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낯선 곳에서 어려운 신학생 생활을 잘 마쳐 신부가 된 것도,1846년 김대건신부님이 그렇게 순교하신 것도 이미 60여 년 전부터 내려온 신앙 선조 순교의 정신이 때문이고, 그 순교의 정신이 신부님의 영성으로 실천되었기 때문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집안 역시 순교자의 집안입니다. 증조부인 김진후 비오, 작은 종조부 김종한 안드레아도 순교하신 복자이시고, 부친 김제준 이냐시오는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하셔서 성인이 되신 분입니다. 김신부님은 183616살 나이로 두 분(최양업,최방제-유학생활 3년째 병으로 죽음)과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함께 마카오로 가 거기서 10년간 낯설고 힘든 환경에서 신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유학 생활 도중 부친이 박해로 순교하셨고, 집안 목락으로 모친은 의탁할 곳 없이 홀로 비참한 처지에 계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김신부님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신부님은 458월에 상해 김가항 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당시 고국은 박해가 아주 심한 상황이었고, 입국하면 잡혀서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김신부님은 너무나 잘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국으로 가야했습니다. 왜냐하면 김신부님은 목자 없는 양떼와 같은 당시 조선교회의 곤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바로 그들을 위해 사제가 된 자신의 소명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신부님은 귀국했고, 바로 중국에 있던 외국 선교사제들을 입국시키기 위한 노력하시다가 체포되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사제생활 만9 개월만인 466월 체포되고, 46916일 새남터에서 참수로 순교하셨습니다. 순교하시기 전 마지막 편지 내용 중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우리 주 예수께서는 세상에 내려와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가운데에서 거룩한 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착실한 군사(백성)이며 의로써 맺어진 아들이 됨을 증언하십시오. ....

 

비록 여러분의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주님께서 가련히 여기실[矜憐] 때를 기다리십시오.”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김신부님이 하느님을 위해서 예수님의 십자가 길과 죽음의 길을 기꺼이 선택할 수 있었던 신앙의 힘은 당신의 집안처럼 물론 신앙선조의 순교의 정신, 순교의 영성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 곳 병영성지성당에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모시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병영성지는 1860년 경신박해와 1866년 병인박해 기간에 3분의 복자(이양등 베드로,김종륜 루카,허인백 야고보)를 포함한 많은 교우들이 처형되어 순교하신 곳, 그래서 순교의 정신, 순교의 영성이 깃들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모시고 또 앞으로 유해 앞에서 기도하면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통해 단순히 기념만하거나 또 유해를 향해 기원함으로서 내가 어떤 복을 받는다는 차원에만 머물지 말아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분의 순교영성을 기억하면서 과연 오늘날 우리 자신의 마음과 삶속에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가졌던 그 순교정신, 순교영성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순교는 하느님을 증명하기 위해 죽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에게 순교의 삶은 곧 십자가의 삶입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십자가의 삶은 다름 아닌 예수님말씀처럼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삶입니다. 그리고 우리 중에 나약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배려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랑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십자가의 삶을 사는 것이고, 하느님의 존재, 하느님의 사랑을 증명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또한 김대건 신부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모시면서 그 분의 순교의 영성을 생각하면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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