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사순 5주 월요일 강론

울산대리구청. 2020.03.30 10:01 조회 수 : 10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

(사순 5주 월요일)

울산 대리구장 김영규 신부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독서는 주인공인 수산나의 이야기입니다. 두 원로의 거짓 증언으로 죽을 위험에 처한 수산나를 정의로우신 하느님께서 다니엘 예언자의 지혜를 통해 구해주시는 내용입니다. 복음은 아주 유명한 이야기죠.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로 용서해주시는 내용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다니엘예언자는 두 원로의 거짓 증언에 의해 간음한 여인으로 몰려 죽게 된 수산나를 하느님의 정의로 살려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죄 없는 이와 의로운 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다니엘 13,53) 그리고 오늘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간음하다 붙잡혀 온 여인에게 말씀하십니다.“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그래서 우리는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독서말씀은 억울한 사람을 살려주시는 하느님의 정의, 복음은 죄인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를 말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우리는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를 상반된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하느님의 정의는 우리를 벌하시는 것, 그리고 자비는 우리에게 상주시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영성적으로 좀 깊이 들여다보면,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 이 두 가지는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상반된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둘은 하느님의 사랑을 지향하는 두 가지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마치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이 어떤 때는 질책으로 또 어떤 때는 격려로 표현되듯이 말입니다.

 

성경의 관점에서 보면 정의는 율법을 온전히 준수하며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따르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율법만 강조하는 율법주의라면 정의의 본래 의미는 왜곡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온전히 율법주의로 사람을 평가하자면, 오늘 독서의 수산나는 자칫 억울한 누명으로 죽음에 이를 수가 있고, 복음의 여인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을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했듯이 법대로인 율법주의에 의해선 정의보다 오히려 불의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정의만 요구하다보면 오히려 정의가 무너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예수님께서도 정의의 기초인 율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하지만 예수님께서 율법을 완성하신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율법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율법은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5,20)는 말씀처럼,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이 생각하는 율법주의의 율법을 훨씬 뛰어넘은 큰 의로움,큰 정의,곧 새로운 율법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정의는 단순한 율법주의의 작은 정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결코 당신의 정의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죄인에게 다가가시는 하느님의 활동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인에게 참회하고 회개하여 당신을 믿도록 많은 기회를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비와 용서로 정의를 넘어서십니다. 당신 자비의 온유함으로 죄인이 진정으로 회개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 오늘 복음에서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당신의 자비로 용서해주십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은 바로 죄인인 우리를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정점인 사건입니다. 막바지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진정으로 우리자신의 죄를 성찰하고 회개하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그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오시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우리들의 신심을 살려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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