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십자가의 삶으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시는 임금

다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2019.11.24.,10:30, 범서 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연중이 끝나고 우리 교회의 다해 전례력이 마무리되는 날로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임금, 온 세상만물의 임금이심을 고백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온 누리(세상만물)의 임금이신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만물의 임금이시라면 어떤 임금이신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1독서를 봅시다. 오늘 제1독서는 사무엘기 하권을 통해서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는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다윗을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라는 이 말씀은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전례와 관련해 많은 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초기 이스라엘은 모세가 죽은 뒤 모세에 의해 지도자로 내세웠던 여호수아로부터 시작하여 판관들이라고 부르는 족장들에 의해 다스려졌습니다. 그러다가 사무엘시대에 와서 사람들은 다른 나라처럼 왕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요청을 들어주시어 사무엘을 통해 사울을 이스라엘의 첫 임금으로 세웠습니다. 사무엘기 상권의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사울이 죽자 오늘 독서의 말씀처럼 다윗을 이스라엘의 임금이 되게 하셨고, 예루살렘을 정복하여 그곳으로 왕국의 도읍을 옮기게 됩니다. 다윗은 하느님께 순종하는 사람으로서 이집트 종살이에서부터 광야를 지날 때 함께했던 계약의 궤를 모시기 위해 성전을 짓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성전은 이후 그의 아들인 솔로몬에 의해서 짓게 됩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임금으로서 다윗이 자기 역할을 다 할 때 하느님께서는 나탄 예언자를 통해서 이렇게 예언합니다.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그는 나의 이름을 위하여 집을 짓고,나는 그 나라의 왕좌를 영원히 튼튼하게 할 것이다.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사무엘 하권 7,12-14.16)하느님께서 다윗왕국과 영원히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약속한 왕국은 지상의 왕국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이스라엘은 400년 뒤 바빌로니아에게 멸망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왕국은 지상의 왕국의 아닌 메시아 왕국인 것입니다. 이 하느님의 약속은 천년 후에 주님의 탄생 예고 때 천사가 마리아에게 한 말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루카 1,31-33)

 

나탄의 예언은 다윗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세우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시는 나라는 어느 특정한 민족의 나라가 아닌 온 인류를 위한 나라, 곧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 만물을 지배하는 임금이 되시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 누리의 임금이심은 바로 이런 성경의 신학적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2독서인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은 온 누리의 임금이심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보다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독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분이시고, 세상만물을 창조하신 분이시며, 또 모든 만물의 시작이시며 만물 가운데 으뜸이시라고 말합니다.이 아드님 안에서 우리는 속량을, 곧 죄의 용서를 받습니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왕권이든 주권이든 권세든 권력이든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그분은 또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은 시작이시며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맏이이십니다. 그리하여 만물 가운데서 으뜸이 되십니다.”이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의 임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완전하고 온전한 임금이십니다.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 누리의 임금이심이 너무나 분명한데,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모습은 어떤 임금이신지? 다시 말해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듯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그런 임금의 모습이신지? 도대체 어떤 통치의 모습을 보여주는 임금이신지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루카복음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통치의 방식과 모습을 가지신 임금이신지를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군사의 힘이 아닌 십자가 위에서 세상과 인간을 구원하시는 임금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힘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당신의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시는 임금이십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십자가의 예수님을 향해 유다의 지도자들은 자신도 구원해 보라며 빈정거리고”, 군사들도 네 자신이나 살아 보아라 하며 조롱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려있는 죄수 까지도 메시아라면 당신이나 구원해 보시지 하며 모독했습니다.” 이렇게 세상 사람들은 임금이라고 하면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가는 예수님은 무력하고 무능한 임금이라며 빈정되고 조롱하며 모독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십자가의 예수님을 우리 현실에서 무력하고 무능한 임금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성당과 교회에 십자가가 있지만 그 십자가는 그저 상징뿐이고 장식일 뿐이지, 실제 많은 그리스도인의 현실 삶에서 임금은 돈과 힘을 지배하는 세상의 논리와 가치일지 모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당에서 기도하고 미사 할 때만 잠시 우리의 임금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떡합니까? 그리스도교는 십자가의 삶으로 구원받는 종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우리 인간과 이 세상 만물을 구원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삶을 실천함으로서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십시오. 모두 힘 있고, 돈 있다며 제 잘났다고 자랑인데, 그 힘과 돈으로 이 세상을 살릴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낮추시고 스스로 죽이시는 십자가의 삶, 자기희생인 사랑의 삶으로 세상을 살릴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이런 깊은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날입니다. 이번 한 주일 지내면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을 지배하는 진정한 임금, 우리의 생명의 진정한 주인이심을 믿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항상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의 삶이 언제나 행복과 의미를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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