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언제 오실지 모를 주님을 향하여 늘 깨어 있는 삶

다해 연중 33주일 강론

(2019.11.17,10:30, 방어진 성당)

찬미 예수님 !

우리 교회의 전례력은 대림시기(곧 예수님을 기다림)부터 시작해서 예수님 탄생의 성탄 그리고 연중 그리고 예수님의 수난과 돌아가심의 사순시기를 거쳐 마지막으로 긴 연중시기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 전례력과 함께 독서와 복음말씀은 예수님의 일생과 구원의 역사 전체를 묵상하게 합니다. 연중 시기가 끝나기 바로 전주인 연중33주일인 오늘 독서와 복음은 세상 종말과 최후의 심판의 이야기를 통해서 주님에 의한 종말과 심판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1독서는 말라키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이 말라키 예언서는 구약성경의 제일 마지막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늘 말라키 예언서의 내용은 세상을 심판하시는 주님의 날에 대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이 예언서가 쓰이게 된 배경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말라키 예언자가 활동하던 시기는 기원전 460-480년경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유대인들이 오랜 유배에서 돌아와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짓고(기원전 515) 50년의 세월이 지난 뒤입니다. 그런데 당시 그들의 현실을 보면, 하느님께 충실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유배로부터 해방시켜 고향의 땅으로 돌아오게 하셨고 성전을 복원하여 주님 안에서 충실하게 살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벌써 하느님을 찬미하는 전례를 등한시하고, 지도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비도덕적 생활을 하며,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등 하느님의 뜻과 상반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한 현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에 대해서 이런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건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한 구원의 약속은 이루어지는 것인가? 하느님이 우리를 또 버리신 것은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오늘 독서 내용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당시 사람들에게 세상심판의 말씀을 하시면서 당시 신앙인들에게 격려와 힘을 주고자했습니다. 말하자면 정신 차려라! 하느님께서 결코 우리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신 것이 아니다. 그 분은 반드시 우리를 구원하시려 오실 것이다. 그날은 바로 주님의 날, 세상을 심판하는 날이며. 세상의 모든 불의는 불살라버리실 것이고, 당신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에게는 의로움의 빛을 비추고, 모든 질병을 치유해 주실 것이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예언의 말씀의 의미는 단순히 미래의 세상의 종말과 심판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세상 종말과 심판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당시 사람들에게 격려와 힘을 주고자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세상 종말이 올 것이라는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서인 말라키 예언자가 선포한대로, 세상을 심판하고 하느님을 신뢰한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분은 오늘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실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약 40년이 되었을 때 예루살렘은 파괴되고 예루살렘 성전은 허물어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루카 복음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기록된 것이죠. 우리는 오늘 복음말씀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당시 루카복음이 기록된 당시 상황을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그리스도인들은 박해 속에서 살아야 하는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그런 힘든 현실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용기와 격려를 주고자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힘든 현실에서 당신을 끝까지 신뢰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주님께서 결코 잊지 않으시고 구원하러 다시 오실 것이니. 참고 견디어 내라는 용기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이렇게 설파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세상의 종말 상황이 벌어지고 박해받을 상황이 일어나도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그런데 말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주님이 다시 오신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리고 기다렸는데도, 주님이 곧 오시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고 믿음이 흔들리는 일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 공동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늘 2독서의 테살로니카 공동체였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의 방해로 바로오사도가 그들에게 제대로 신앙의 기본교육을 가르치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테살로니카 공동체는 예수님이 다시 오심에 대한 바오로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저 단순히 예수님이 곧 오실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들의 일상의 일과 의무들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합니다.(마침 요즘 많은 사이비 종교들이 세상 종말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통해서 곧 세상 종말이 온다고 생각하고 재산을 처분해서 한 곳에 모여서 사는 일들)바오로는 그 공동체에 두 번의 편지를 써서 보내면서 예수님이 다시 오심에 대한 그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오늘 2독서의 말씀의 의미를 이해해야 합니다. 오늘 2독서는 이렇게 설파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여러분 가운데에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말씀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주님은 반드시 우리를 구원하시러 오실 것이다. 하지만 언제 오실지 알 수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오실지 모를 주님을 향하여 늘 깨어 있는 삶,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거저 하늘만 쳐다보며 대충 살아가는 것이 결코 주님이 오심을 준비하는 삶의 자세는 아니다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을 통해 세상종말과 심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세상종말과 심판의 의미는 미래에 일어날 구체적인 사실을 말한다기보다는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말씀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님께서 반드시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다는 것, 주님께서는 반드시 당신의 약속을 지키신다는 그 믿음으로 우리는 지금 여기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깨어 살아야 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깨우침의 의미, 격려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세상종말과 심판이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이 공심판은 구원의 주관자이신 주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을 깨어 성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실감나는 심판은 공심판 이전의 사심판, 곧 우리 자신의 죽음입니다.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다만 언제 죽을지 모를 뿐이죠. 우리는 언젠가 이 세상 삶을 마무리하면 주님 앞에 서서 주님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 우리는 주님 앞에서 우리 삶 전체에 대해서 심판을 받겠지요. 주님의 뜻대로 살았는지? 아니면 내 뜻대로만 살았는지?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지금 깨어서 살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중에 과연 누가 내 삶을 심판하시는 주님께 어서 오십시오. 주님! 저는 당신 뜻대로 성실하게 살았습니다.!’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 연중 마지막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서 성찰하는 시간,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주님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은 지금 깨어 살고 있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는 늘 여러분과 함께, 여러분 안에서 계시면서 여러분이 여러분의 삶을 통해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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