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위령의 날(첫째 미사) 강론

(2019.11.2.11:00,경주 공원 묘지)

우리가 잘 알다시피 11월은 위령의 성월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인 오늘 특별히 먼저 세상을 떠나신 우리의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친지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자 합니다. 그 분들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겨드리면서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시다.

 

아울러 오늘은 우리가 사랑했던 분들의 죽음과 함께하면서 우리들의 죽음의 의미도 생각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다만 언제 죽을지 모를 뿐이죠. 그래서 죽음은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우리는 흔히 죽었다돌아갔다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죽은 분돌아가신 분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디로 돌아갔다는 말입니까? 도대체 어디에서 왔기에 어디로 돌아간다는 말입니까? 우리 그리스도인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이 시작된 곳 우리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이 계신 그곳으로 우리의 생명은 다시 돌아갑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 생명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의 인생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의 여정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이 세상의 삶은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준비하는 삶이기에 충실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 모두 하느님 나라를 향한 희망으로 사는 현재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죽음을 잘 준비하는 삶인지를 성찰하게 하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1독서는 욥기의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욥기는 인간이 겪는 고통의 신비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지혜의 책입니다. 욥은 우리에게 세상의 행복은 결코 영원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욥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며 이런 기도를 바칩니다. 내가 기어이 뵙고자 하는 분, 내 눈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 분을 보리라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 역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간직한 희망은 우리를 어떤 처지에서도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며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비록 현재 우리 삶이 부족하고 죄스러운 삶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 덕분에 우리의 생명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재 삶은 바로 그 희망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는 삶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에서 하느님과 함께 사는 희망을 간직한 사람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이 없는 세상 사람들의 행복기준은 오직 이 세상의 것들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간직한 그리스도인의 행복기준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물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가난한 삶,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삶, 온유하고 자비로운 삶, 마음이 순수한 삶, 평화와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삶,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다가 사람들의 오해와 박해를 받는 삶, 이런 삶들이 참 행복의 기준들입니다. 우리는 이런 삶을 통해 이미 이 세상에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대로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안고 사는 삶은 주님만이 바라는 삶이 아닐 겁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우리들의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친지들이 간절히 원하는 삶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분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에 살면서 그렇게 살지 못했던 아쉬움과 후회의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제발 우리들이 그렇게 살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죽음을 보니 참 삶이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위령의 날을 맞이해서 많은 분들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우리 자신의 죽음도 생각하는, 또 우리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늘 여러분과 함께 여러분 안에서 여러분의 삶이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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