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무엇입니까?

 

다해 연중 30주일 강론(견진)

(2019.10.27.10:30, 호계성당)

찬미예수님!

 

오늘 독서와 복음이 관통하고 있는 물음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무엇인지?’ 하는 것입니다. 이 물음에 대해서 독서와 복음말씀은 두 사람의 기도의 내용을 통해서 답을 주십니다.

 

먼저 복음말씀을 볼까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의도적으로 대조적인 두 사람 곧 바리사이파 사람과 세리를 비교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복음에 자주 등장하는 바리사이는 독실한 유대인으로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하며, 모세의 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종교적 집단입니다. 이 집단은 박해로 많은 유대인이 그들 선조들이 믿던 종교를 버리고 이교인이 되었을 때 끝까지 유대교에 충실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제가 아닌 일반 신자들임에도 당시 백성들의 영적 지도자로 인정받고 존경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점점 교만하고 독선적이 되어 모세의 십계명을 쪼개고 쪼개어 613조항으로 만들어 하늘나라에 도달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고, 만일 이것들을 지키지 못하면 누구든지 하늘나라에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습니다.

 

반면에 세리는 유대인을 억압하고 있는 로마 정부를 대신해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세금을 징수하는 역할을 했기에 백성들로부터 심한 미움을 받았던 사람들입니다. 당시 로마 정부는 세금을 잘 걷기위해 비유대인을 계약대리인으로 고용했습니다. 그들은 로마 정부에 약정된 세금을 걷어주고 나머지는 착복할 수 있었기에 부자가 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수탈하곤 했죠. 그래서 사람들은 세리를 도둑.살인자.창녀들과 같이 죄인 취급을 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바리사이파 사람과 세리의 대조적인 기도의 내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스스로를 거룩하고 잘난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죄인으로 단정하는 기도를 하고 있고, 세리는 스스로를 죄인으로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의 기도는 시작만 오 하느님! 하며 하느님을 찬미할 뿐 모든 내용은 자기 찬미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지만, 자신은 구원받을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바리사이파 사람의 신앙은 결코 하느님 중심의 신앙이 아니라, 자기중심의 신앙입니다. 마치 하느님은 그에게 빚진 분으로 그를 구원하실 수밖에 없는 대상에 불과합니다. 그는 하느님 앞에 참으로 교만한 사람입니다.

 

반면에 세리의 기도는 오직 하느님만을 찬미하며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분명하게 스스로를 죄인으로 생각하기에, 하느님의 자비가 없다면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신앙은 하느님 중심의 신앙입니다. 그는 적어도 하느님 앞에 겸손한 사람입니다.

 

과연 두 사람 중에 누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신앙인의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까? 복음은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사람으로, 세리는 의롭게 된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신앙인의 자세는 바리사이파 사람이 아닌 세리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교우는 물론 우리 국민 대부분이 존경했던 김수환 추기경께서 돌아가시기 전 병상생활 등 그분의 마지막 삶을 중심으로 편집해 방영했던 다큐멘터리그 사람 추기경을 기억하시죠?

 

언론을 통해서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분이 나타나시면 마치 예수님이 등장하신 것처럼 언제나 신자든 비신자든 모두 환호하며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나라에 무슨 일만 있어도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그 분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곤 했죠. 그만큼 그 분은 종교인으로서의 권위는 물론이거니와 유명인으로서 사회적 영향력도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 돌아가신지 한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작년까지도 시사 잡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당해 분야별 영향력 조사에서 종교분야에서 항상 1위로 선정되었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1위로 선정되었으니 그 분의 영향력은 얼마나 컸었는지 입증된 것입니다.

 

대중들이 보기에 김수환 추기경의 얼굴모습은 아주 인자하시고 편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신 스스로의 일상의 삶은 결코 편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존경, 기대 그리고 박수를 받는 삶이었기에 긴장하며 사셨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생전에 수면제가 없이는 잠을 못 주무셨고, 그 때문인지 가까이서 뵈면 눈이 항상 피곤해 보이셨습니다. 김추기경님은 그 다큐멘터리 속에서 사람들에게 이런 물음을 하십니다. “사람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신 겁니다. 이 물음은 어쩌면 당신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또한 그 물음은 하느님께 묻는 물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 당신께서는 저를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하느님! 당신께서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느님! 제가 신앙인으로 잘 살았습니까?’ 이 물음은 모든 인간이 특별히 모든 그리스도인은 인생의 마지막에 반드시 스스로 던질 수밖에 없는 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죽음을 보니 비로소 참 삶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삶을 마무리하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죽음 앞에 선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면 현재의 내 모습이 제대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추기경님은 당신 스스로 죄인이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칠죄종을 모두 지은 죄인이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가난하게 사는 삶이 예수님께서 원하신 삶인데 추기경으로서 가난하게 살지 못한 자신의 삶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죽음 앞에서 만이 아닌 열심히 활동하실 때도 스스로 죄인으로 고백하셨습니다. 그 분이 죄인이듯이 우리 모두도 죄인입니다. 우리 중에 죄인 아닌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겸손하지 않은 것은 아직 죄인임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겸손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은 아직 하느님이 누구신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깨닫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 1독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겸손한 이의 기도는 구름을 거쳐서 그분께 도달하기까지 위로를 마다한다.” 하느님께서는 죄인임을 자각하는 겸손한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겸손한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오로사도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바리사이로서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카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만나 죄인임을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다른 사람, 주님 앞에 겸손한 사람으로 누구보다 예수님을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오늘 2독서는 그의 말년에 자기 죽음을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던 자신의 삶을 회상하고 주님을 자비를 청하면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온 것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견진을 받는 날입니다. 견진을 받게 되시는 분들은 이제 견진성사를 통해 성령의 능력을 받고 이마에 십자 인호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성령의 이끄심을 통해 이 공동체에서 완전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처럼 교만은 성령의 능력을 멈추게 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여러분이 신앙생활을 통한 삶의 의미와 행복이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이웃에게도 전해질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 견진을 받으신 교우들께서는 견진성사 때 다짐한 믿음과 하느님의 자녀로서 삶의 자세, 특별히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신앙인의 자세를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자연의 순환은 변함없이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가을의 결실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 한 주일을 지내시면서 나의 신앙의 자세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자세인지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이 구원되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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